사이비 종교의 정의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각 종교들은 다른 종교들을 사이비 취급하는 일이 잦으며, 한 종교 안에서도 각 종파는 다른 종파를 이단이라며 비난하곤 한다. 그래서 글에 들어가기에 앞서 내가 생각하는 사이비 종교의 정의를 설명하겠다. 나는 무신론자이지만 신의 부존에 대한 믿음과는 별개로, 믿을게 부족한 세상에서 굳건한 신뢰를 보낼 수 있는 상징에 대한 신자들의 믿음을 모욕하고 싶지 않다. 내 주변을 보아도, 무신론자임에도 마음의 안정을 위해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 비록 나는 무신론자이지만 신의 실존에 대한 강한 확신이 있는 사람이라 하여도 그 사람과 충돌하고 싶지는 않다. 상대가 내 믿음을 공격하지 않는 한, 나도 상대의 믿음을 공격하지는 않는다. 나는 사상가(나 자신을 사상가라 부르는게 허락되었다면)지, 투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내가 생각하는 사이비 종교는 타인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해치려는 종교를 말한다. 자유를 적극적으로 해친다는 말은, 신념을 자유롭게 형성하는게 아니라 신자들과 신자들의 주변인에게 강하게 영향을 미치려는 종교들을 말한다. 검소한 삶조차도 영위하기 힘들어 이루어지던 최소한의 영리적인 활동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영리적 활동을 이어가는 종교들이다.
이렇게 정의를 내리고 보면 현존하는 모든 종교가 해당할 수 있다. 모든 종교는 일정 수준의 구속이 있으며 세를 불리기 위한 활동을 이어간다. 하지만 미치려 하는 영향력의 정도와 사상 전반의 분위기를 모두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영향력의 정도란 단순히 사상적 영향력을 넘는 물리적 구속력을 행사하는 정도라고 할 수 있고, 사상 전반의 분위기란 타락한 목사가 존재한다 하여 기독교 사상 자체가 문제인건 아니며 타락한 주지승이 존재한다 하여 불교 사상자체가 문제인건 아니라는 점을 통해 설명된다. 그래서 사이비 종교란 물리적인 구속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종교 전체가 불온한 목적을 띄고 있는 종교라고 할 수 있다. 열심히 늘어놓았지만, 결론은 단순한 것 같다. 결국은 내 주관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 글은 철저히 주관적인 글이다.
이른바 "도를 아십니까."에 속하는 이들을 경험했던 이야기를 늘어놓으려고 했는데 글이 이상하게 흘러갔다. 나는 대학생활동안 그들을 참 여러번 마주쳤다. 묘하게도 내 동선에서 나를 기다리다가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거르고 나를 붙잡는 일도 많았다. 나중에 듣기로는 포교를 하러 돌아다니는 이들끼리 표적을 공유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나는 그들에게 굉장히 매력적인 사냥감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카페에 동기들과 앉아있는데 나를 불러내서 전화번호를 달라고 한 적도 있으니. 아마 무언가 생각하느라 고개를 떨구고 혼자 돌아다니는 일이 잦은 사람이 주요 표적이 아니었나 싶다. 거기다 나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서 그 사람들을 무작정 뿌리치지도 않았으니. 하지만 미안하게도 그들이 원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그들은 참 많이도 놀렸다. 그리고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 2개가 있다.
첫번째는, 정말 일반적인 경우다. 짤막한 오프닝 이후에 공부를 하고 있다며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사람에게는 주어진 운명이 있어 행운과 악운이 있는데 공부를 하면 행운을 강하게 움켜쥘 수 있고 불운을 피할 수도 있다고 한다. 결론은, 자신을 따라 가자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공부를 하셨으니 운명이 조금은 보이시겠네요?"라 물었다. 상대는 조금은 보인다고 했다. 다음에는 "그럼 제가 그쪽을 따라갈 운명인가요. 따라가지 않을 운명인가요?"라 물었다. 상대는 대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두번째는, 주말을 집에서 보내고 기숙사로 돌아갈 때였다. 기숙사로 가는 길은 내내 지루한 오르막이었는데 그들은 자주 내 길동무가 되주었다. 그 시간에 기숙사로 올라가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는데 나를 붙잡은걸 보면, 정말로 무언가 있긴 했던 모양이다. 평소처럼 그들의 이상한 이야기를 들으며 오르막의 지루함에서 벗어날 생각이었던 나에게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멀리서 따라오는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딱 봐도 어린거 같은데, 연장자가 이야기하는데 그냥 갈 길 가는게 예의입니까?" 면서 소리를 질러서 "내가 갈 길 가는데 붙잡고 서서 들으라는건 예의입니까?"라고 답했다. 상대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 "그래서 양해를 구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내가 답변하기 전에 내 옆에 있던 사람이 그 사람에게 가더니 씩씩 거리는 그 사람을 끌고 갔다.
나는 두가지 사례를 기억하다 의문이 생겼다. 흔히 사이비종교의 신자들은 광신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교단 자체가 신자들에게 광신적인 믿음을 끌어내려 노력하며, 다양한 심리적인 프로세스를 거쳐 그들은 광신도가 된다. 그렇다면 첫번째 사례는 조금 이상한 점이 있다. 내가 그들의 사상을 조롱했음에도 그냥 자리를 떠나기만 했다. 과연 광신도라면 그럴 수 있을까? 두번째 사례도 마찬가지다. 아마 나에게 포교하던 사람이 소리 지르던 사람을 말린 이유는, 소란을 만들기 싫어서였을 것이다. 과연 광신도가 그런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까?
만약 그들에게 광신적인 믿음이 없다면, 그들은 과연 어떤 목적으로 포교를 하는 것일까. 흔히 끌어들인 사람의 수가 계급을 결정한다고 한다. 확고한 종교적 신념이 없다면, 더 높은 자리에 가려는 목적이 무엇일까? 그리고 그들에게 포교를 시키는 이들의 목적은 무엇이겠는가. 신도들의 돈을 갈취하기 위함이 아닌가? 사이비 종교와 순수한 종교의 차이가 여기서 나오는 것일까? 그렇다면 세상에 어떤 종교가 사이비이며, 어떤 종교가 순수한 종교인가.
아슬아슬하게 1주일이 지나기 전에 글을 다시 썼습니다. 쉬고 왔더니 머리가 텅 비어서, 예전에 쓰려다가 말았던 주제로 글을 쓰고 말았습니다. 글에 기분이 상하신 신자가 계시다면 사과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