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함을 잃어간다며 무작정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이들이 있지만 세상에 희소한 무언가가 있고 희소한 무언가가 삶의 질에 기여하는 순간 그 희소한 무언가를 두고 경쟁이 일어나는 일은 지극히 당연하다. 과거에는 온전히 신분과 권력이 누가 무엇을 가지는가를 결정했다. 지금도 신분과 권력의 영향이 없지는 않고 오히려 여전히 크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지금이 더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희소한 무언가가 없으며 모든 것을 모든 사람이 필요한만큼 얻을 수 있는 세상이 오지 않는 한, 이와 같은 경쟁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연한 일이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운 일들이 있다. 사람들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소비를 한다. 만약 최소한의 비용으로 사람들의 삶의 질에 기여하는 서비스가 있다면, 그 서비스는 아무리 사람들의 삶의 질에 많은 기여를 한다고 해도 더 이상 확대될 수 없다. 아무도 소비하지 않기에, 그 서비스는 발전은커녕 유지조차도 하기 어렵다. 상품의 내구성이 너무 높다면 재구매율이 떨어지고, 재구매율이 떨어진다면 해당 상품을 통해 얻는 수익은 끊임 없이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이 고의적으로 상품의 내구성을 떨어뜨린다는 이야기도 있다. 진위여부는 알 수 없으나, 내구도가 너무 높아서 생산이 중단되었다는 물걸레도 있지 않은가.
고객들의 삶의 질에 최대한 기여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더 이상 고객들의 삶의 질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할 수 없다. 그리고 이 비극은 기업들이 수익만 좇을 당위성을 주기도 한다. 선발주자들이 사람들의 삶의 질을 위해 노력하다가 영향력이 줄어들거나 파산하는 모습을 보는 후발주자의 심경은 어떻겠는가? 그래서 기업들은 독해질 수 밖에 없다. 그들을 마냥 이기적이라고 비난하기보다는, 그들이 고객만을 위하면 더 이상 고객을 위할 수 없게 되는 현실을 바꿀 수 있을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제약회사는 끊임 없이 사람들이 스스로 환자라 여기게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 새로운 질환을 만들어내고 상품을 판매한다. 사람들이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면 그들은 더 이상 수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등록하기 위해 노력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게임중독을 질환으로 등록하는 것으로 많은 단체가 수익을 얻는다. 희귀병은 희귀하기에 치료가 어렵기도 하지만 수익성이 부족해서 연구부터가 부족한 경우도 많다. 비용이 많이 드는 불필요한 수술을 권하지 않으면 병원은 수익을 내지 못 하며, 예방에 집중하여 아무도 환자가 되지 않으면 수익을 내지 못 한다.
마티아스 물렌벡(Matthias Müllenbeck)은 TED에서 의료계가 얻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환자를 치료할 때 치료비의 명목으로 수익이 발생하는게 아니라, 예방에 초점을 맞추어 환자가 특별한 치료가 필요한 질환 없이 건강한 일수에 따라 의료계에 건강료를 지불하자는 것이다. 의료계가 경제적 인센티브가 얻는 방식이 이처럼 변화한다면 의료계가 수익만을 고려한 일회성 치료 대신, 환자의 완치를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현대인이 앓는 다양한 만성질환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다각도로 접근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가 주도적으로 섬세하게 설계해야 한다. 소수의 타락한 의료계 종사자들은 환자를 만들어내기 위해 새로운 질환을 만들어내는 것과 반대로, 환자를 누락시키기 위해 노력할지 모른다. 새로운 질환이 발견되어도 이를 질환으로 등록하지 않고, 원인불명의 통증 내지는 환자의 정식적 문제로 미루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의료서비스의 문제와는 무관하게 환자가 대량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그 부담을 의료계가 모두 지는 일은 없도록 해야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들의 부족한 의료서비스의 결과로 발생한 환자들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는 것도 예리하게 잡아낼 수 있어야 한다. 이 외에도 무수한 헛점들이 있고 악용의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국가는 다각도로 헛점을 파악하고, 악용의 가능성을 봉쇄해야 한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겠지만 행정관, 국회의원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라고 경제적 인센티브를 얻고 있는지를 잊지 않아야 한다. 국민들은 한결같이 국민들의 삶의 질을 위해 노력하길 위해서 그들이 잘 하든 못 하든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그리고 사람의 삶의 질에 있어 건강만큼 중요한 것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