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에 드러누워 '삼시세끼'가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습관적으로 폰을 뒤적거리다 메일이 온 것을 확인했다. 보낸 이의 이름이 나를 벌떡 일으키게 했다. 스팀챗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그는 덩그러니 자신의 플레이리스트 링크만 놓고 갔다. 음, 역시 김작가님 답네.
야구 중계를 뒤로 한 채 기다리던 '삼시세끼'가 눈에 들어오지를 않았다. 마저 다 보고 그가 남기고 간 노래를 들으러 갈까, 기다리던 산촌의 밥상을 마저 볼까, 밤이 길어질 거 같은데? 가장 최근에 그가 담아둔 플레이리스트가 25곡이나 있네? 밤이 길 것 같다. 소파는 bye bye.
아 나는 지금
담배 사러 간다
'아저씨, 히츠 퍼플 두갑이요.'
아 기대하시라
개봉 박두!
마침, 며칠 전부터 거실 한 구석에서 자신을 마셔달라던, 집에 올 때마다 자기가 선물해준 것이 왜 아직도 그대로냐며 동생이 다그치던, 12살 난 시바스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꿩글렌모렌지 대신 닭시바스 리갈. 그럴듯하게 구색은 갖춰졌구나. 적당한 유리컵을 찾아 얼음을 가득 채우고, 시바스도 가득 채웠다. 얼마 남지 않은 반건조 노가리도 5마리 구웠다.
웜메, 술을 너무 가득히도 따랐나 했는데 벌써 한 컵을 다 비웠다. 얼음이 더 가득했다고, 너무 밍밍했다고 혼자 되뇌이며 얼음없이 온전한 시바스 녀석을 조금 따라 부었다. 1년 전 늦은 봄에, 그가 사줬던 글렌모렌지는 어떤 맛이었더라. 꿩 대신 닭으로 혀의 기억을 환기시키려고 시바스를 홀짝대니 목구멍만 타오른다.
그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고 그 다음 주, 그때 나는 왜 시간을 비워두지 못했을까. 핑계를 댔던 선약은 다음날이었는데.
늦은 여름이 가는 길에 그가 오랜만에 남기고 간 흔적이 반갑기만 하다.
[끽연실] 스테레오(전축) 완비
끽연실 겸 무도장입니다.
선수 입장하세요.
바람도 쐴 겸 오랜만에 끽연실 다녀와야겠다.
히츠로는 안 되겠네, 던힐을 만나야지.
오랜만에 그에게서 온 스팀챗 메시지가 아니더라도 가끔씩 스팀챗에 접속하곤 했다. 그가 이곳을 떠나고 얼마되지 않았을 때는 술을 먹고 집에 들어와 답장도 없는 채팅창에 혼자 주저리도 긴 글을 남기고 갔었다. 답장이 없는 것이 서운해 카톡도 많이 남겼다. 예전과는 다르게 나와 같은 시차를 살고 있었을텐데 그 새벽에 얼마나 시끄러웠을까.
"가을 우체국 앞에서 기다리고 계신거죠? 편지가 많이 쌓여 있을텐데..."
작년에 남겼던 뜨거웠던 여름밤의 댓글은 가고 계절이 다시 돌아 여름의 끝자락에 와있다.
내가 남긴 댓글을 기억해서 가을이 오는 길에 메세지를 남기고 갔을 거라는 착각은 혼자 조용히 넣어둬야지. 이곳에 남겨둔 소설 속의 남녀 사이의 꽁냥거림도 질색인 그였으니까.
메세지가 맞을까, 메시지가 맞는 발음일까? Michelin은 어떻게 읽혀지고 받아들여질까?ㅋㅋㅋ아집과 아집이 만났던 그 처음 날.
잭과 클레어는 잘 살고 있을까, 수지 큐는 여전할까, 쌍둥이 형을 위한 지미의 연구는 ing일까, 빌어먹을 릭은 잘 살고 있을까.
빅토와 후고도 상상속에 내가 그려냈던 중세의 그 곳에서 잘 살고 있을까.
아직도 내 기억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보면,
여전히 그가 이곳에 남긴 두 소설 속 주인공들은 감금되어지지 않고, 냉동되어지지 않은 채, 우리들 마음속에 그리고 김작가의 머리속에서 지금도 유영하고 있을 것이다.
그와 나눴던 대화 도중 그의 어떤 단면을 빗대어 고집이 아닌 아집과도 같다고 그에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에게 하는 말이었고, 나에게 하는말과도 같았다.
그 때 뱉어냈던 그 말을 취소하고 싶다.
그러니 영문도 모른채 다시 감금되어진 잭을 풀어주고, 냉동시켜진 후고를 다시 날게 해줬으면 좋겠다.

이 짤로는 뭔가 아쉬운데...
털보가 필요함!!!
스팀잇에 김작가님이 남기고 간 짤의 이미지 주소를 찾아 옮기려고 스팀잇에서 검색에 검색을 했지만 찾을 수가 없다. 저위에 스타워즈의 한 장면처럼 보이는 짤은 찾았는데...결국 못 찾고, 찾아 내고 말겠다는 아집을 버리고 구글의 힘을 빌렸다.
“알파와 오메가”에 책상에 술이 있으면 안 된다고 했었는데, 그 글도 많이 검색해서 봤는데, 그 문구가 보이지를 않는 것인지, 보여지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김작가님이 이 글을 읽어 볼지는 모르겠지만

날려줬으면 좋겠다.
어제가 멜론 결제일이었는데, 하루만 빨리 알았다면 해제 했을텐데, 취향맞는 선곡을 해주는 이를 따라 다음달부터 애플뮤직으로 갈아탈란다.
근데, 이런 노래 애플에도 있을까.
'빛과 소금' 몇 곡을 다운 받으면서 느꼈는데, 3집과 위의 앨범 자켓의 디자인은 너무 멋지다.
에반게리온이 관련된 세 곡을 지우려다 말았다. 음, 블라블라. 오래 심사숙고 해 쓴 글도 지울 줄 알아야 한다. 그 전에 지금은 이곳에 없는 여러 아이디를 소환하자가 다 지웠다. 다들 잘 살고 있겠지?
오랜만에 김작가님 팔아서 글을 쓰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