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가자니가는 환원주의를 한계를 지적하며 창발을 제시했다. 환원주의란 최소단위인 부분으로 전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입장이며 창발이란 부분이 모여서 부분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마이클 가자니가가 즐겨 이용하는 비유를 빌려오겠다.
자동차 부품이 있다. 자동차 부품이 정확히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는 사람은 과연 내일 도로가 정체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까? 마이클 가자니가는 창발을 이렇게 설명한다. 내일 도로의 상태는 기상, 사회, 문화 등 관계된 모든 요소를 파악해야 가능한 것인데 부분에 대한 이해만 가지고 예측할 수 없다는게 마이클 가자니가의 입장이며 창발에 대한 비유이다.
반대로 환원주의는 최소 단위 요소를 가지고 현상을 예측할 수 있다는 입장을 지니고 있다. 자동차 부품에 앞서 그걸 만들어낸 인간이 있고, 인간이 탄생한 지구가 있다. 지구는 빅뱅에 의해 탄생했으며 그것이 우주의 시초라면 모든 조건을 정확하게 되짚어 나갈 수 있다면 인간의 탄생, 인간이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순간, 특정 국가, 도시의 형성, 시민들의 성향, 기상상태, 나아가 특정 도로의 교통상태까지 예측의 범주 내에 속한다는 것이다.
환원주의를 크게 좌절시킨건 나비효과와 양자역학이다. 나비효과는 초기값의 미세한 차이가 결과를 크게 변화시키는 현상이다. 내일의 도로상태를 예측하기 위해 최대한 완벽한 모델을 만들어냈다고 하더라도 단 1명의 불면증 환자를 놓친다면 그 혹은 그녀가 졸음운전으로 사고를 내는 것을 놓친다. 결국 전지에 가까운 능력을 지니지 않으면 완벽한 예측이란 불가능하다.
양자역학은 한술 더 떠서 예측 자체를 부정한다. 위치와 속도로 모든걸 예측할 수 있다는 고전역학이 위치와 속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미시세계에서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나비효과와 양자역학은 서로를 도우며 환원주의를 크게 깎아내린다. 완벽한 예측이란 불가능한 양자세계가 결국 어떠한 예측에도 나비효과가 작용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낸다. 초기조건의 완벽한 계측이 불가능하기에 나비효과가 작용하여 어떠한 예측도 흐트러진다는 것이다. 이 입장에 따르면 내일의 교통조건을 알기 위해서는 빅뱅부터 우주의 역사 전체를 완벽히 되짚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이클 가자니가는 개개 인간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는 인간들의 모임이 창발한 것이므로 개개에 대한 분석으로 결론에 도달할 수 없다고 한다. 이에 대한 근거 중 하나로 Greg. J Steven의 Speaker-listener neural coupling을 제시한다. 이는 화자와 청자가 의사소통할 때 청자의 두뇌활동이 화자의 두뇌활동을 모사하여 작동한다는 실험이다. 마이클 가자니가는 이러한 작용이 인간의 집합을 이해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본다. 개인을 아무리 분석해도 그 개인은 얼마든지 타인에 의해 쉽게 영향 받는다는 것이다.
이 논리는 두가지 오류를 품고 있다. 우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하여 시도 자체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진정한 예측이 불가능에 가깝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려는 도전은 무의미하지도, 그르지도 않다. 학자들은 예측이 틀릴 때마다 계속해서 새로운 변수에 대해 인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학자들이 정확한 예측을 이용해 개인의 입신, 영달을 목표로 하는게 아니라 단순히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 그 자체가 목표라면 그 목표에 점차 다가갈 수 있다.
두번째로, Speaker-listener neural coupling에서 작용한 인간의 성질 또한 개인에 내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마이클 가자니가가 이 사실을 모르고 주장을 펼친건 아니다. 그는 초기조건의 완전한 이해가 허상이며 따라서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보기에 이런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상술했듯 불가능한 일에 도전한다고 그 도전 자체가 조롱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타인에게 영향을 받는 인간의 성질 자체를 이해할 수 있고 현대 사회의 면면들을 최대한 상세히 파악할 수 있다면 분명 개인이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듣고, 어떤 존재로 거듭날지를 예측할 수 있다.
위대한 진보는 허황된 꿈에서 나타난다. 모두가 불가능이라 생각하는 일에 끊임 없이 도전한 끝에 인간은 진보한다.
나는 철저한 무신론자이지만 불교의 사상에 감탄할 때가 많다. 일즉다 다즉일, 연기, 무아와 같은 개념은 상술한 과학적 개념들을 포함하고 있다. 복잡계가 비교적 최근에 탄생한 개념임을 생각하면 더욱 시대를 앞선 위대한 사상이다. 내일의 교통조건에는 만물이 담겨있다. 빅뱅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다면 내일의 불면증 환자가 낼 사고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내일의 불면증 환자가 낼 교통사고에는 빅뱅이 담겨있다. 전체는 부분이며 부분은 전체이다. 한술 더 떠 공즉시색 색즉시공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