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에세이.
<어떤날들의 대화>
ㅡ 45
A : 보름달을 보면 스마일같아.
반달은 윙크같고, 초승달은 고개를 반쯤 돌려 내 눈썹에 맞춰보게돼.
B : 감수성이 참 풍부하구나?
A : 응. 하지만 감수성은 위험하니까 상상력이라고 하자!
ㅡ 46
A : 사람들이 단체로 뛰어서 스케이트 보드에 올라타는 모습을 보면 어부들같아.
팔딱팔딱 살아있는 활어를 "얍" 하고 때려서 기절시켜 타고 가는것 같단말이지.
B : 상상력이 뛰어나네.
A : 옹옹. 대상에 '생명이 있다면' 이라는 가정을 많이해.
B : 맞아, 넌 의인화를 잘 하는것 같아.
A : 이번엔, 의어화였다 ! 으흐흐.
ㅡ 47
A : 그 사람은 왜 그런 개소리를 그리 정성껏 한 걸까?
B : 개소리니까. 진실이었음 그냥 툭 던졌겠지.
A : 역시 귀는 간사해. 말은 황소개구리같고.
B : 황소개구리?
A : 응응. 황소개구리는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말은 마음을 교란시켜.
B : 근데 너 말 가르치는 사람 아니니?
A : 어... 그렇네.
ㅡ 48
A : 엄마한테 애인이 생겼으면 좋겠어.
B : 효녀구나.
A : 효녀긴. 혼자 계신 엄마에 대한 죄책감에 제법 고상해 보이는 대안을 찾은거지.
B : 혼자 계신 엄마가 걱정되면, 혼자가 외로워진거야?
A : 오~~ 예리해. 약간은.
ㅡ 49
A : 엄마, 산이 좋으면 나이 든거라고 했잖아. 그럼 나이들면 또 뭐가 좋아져?
B : 별로 없어. 나이 든다는 건, 좋은게 적어지는 거거든.
A : 아.. 좋아하는 것을 많이 만들어야겠다.
B : 응. 부지런히 모아. 젊을 때 해야할 일은 그게 전부야.
ㅡ 50
A : 지금은 찌질하고 암울해도 언젠가 오늘이 그리울지도 몰라
B : 맞아. 난 예전 일기장 보다가 눈물이 났어.
A : 기억이라는 것은 오늘과 과거의 합집합인 것 같아. 온전히 과거의 것이 아니야.
B : 심지어 미래도 그렇잖아. '미래기억' 이라는 책 이름도 있듯이.
A : 그러게, 과거도 미래도 오늘의 것이다.
ㅡ 51
A : 엄마, 엄마는 과거의 어느시점으로 돌아가고 싶어?
B : 난 돌아가고 싶지 않아. 그 시절을 다시 살아 낼 용기가 없어. 왜, 어디로 돌아가고 싶어?
A : 응. 나는 철 모르던 초등학교 때로 돌아가고 싶어. 전학 가기 전 그때 있잖아, 왜.
B : 후회가 있다는 건 좋은거야.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면 체념이 깊어 '만약에' 라는 가정도 없어져.
ㅡ 52
A : 대부분 삼십대가 되면 사람을 알아가는데 투자하는 시간이 확실히 작아져.
B : 맞아. 하지만 넌 그런 사람인걸. 라면같은 관계보다 곰탕같은 관계가 어울리는 사람이니 하는 수 없는거야. 같은 곰탕류 인간을 만나야지.
A : 그런 사람은 한번에 나타나지 않잖아. 너무 심하게 귀해.
B : 그러니 인스턴트에 상처받지나 말아. 얼른 뜨끈한 해장국이나 먹으러 가자.
ㅡ 53
목련꽃 잎이 갈색으로 멍들어 떨어질 때,
단풍이 생명을 잃어 눈물처럼 바스러질 때.
서글프고 사소한 인연들은 떠오르는 그때.
30초 에세이
이를테면, ' 날이 좋아. ' ' 널 닮은 노래야 ' 같이 [1 - 11]
권력의 몰락에만 쾌를 느끼며 뒷짐 진 구경꾼이 너무 많다. [12 - 22]
무심한 언어는 현실의 반작용인지. 나날이 거창해만진다. [23 - 29]
옆 테이블 여자는 이제 미니스커트를 안 입을까?내눈엔 예뻐 보이던데[30 - 37]
봄의 잔인함은 겨울의 그것과 트랙이 다르다. [38 - 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