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첫째 아이는 지금 유치원 적응기간입니다. 다른날 같았으면 깨워야 간신히 일어나는 녀석이 오늘은 무슨일인지 스스로 눈을 뜨고는 묻습니다.
엄마! 오늘 쉬는 날이에요?
아니..오늘 유치원 가는 날인데..
으으~~응
싫다는 표현입니다. 쉬는 날에는 굳이 빨리 일어나라고 깨울 필요가 없으니 쉬는 날에라도 마음껏 자라고 깨우지 않는데 오늘은 깨우지 않아도 눈이 떠졌으니 휴일이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유치원에 가고 싶지 않은 아이의 기분은 쉽사리 풀리지 않고 등원 길에 차안에서도 시무룩합니다.
엄마는 나름대로 기분을 조금 풀어주려고 이것저것 물어보건만 아들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오늘도 유치원에 가기 싫다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다행히 오늘은 눈과 비가 섞여 내려 차에서 내려 우산을 혼자 쓰고 가느라 우산에 정신이 팔려 조금 기분이 좋아져 유치원 문앞까지 옵니다.
유치원 선생님이 반갑게 아이를 맞아줍니다. 아이는 이때까지도 반응을 크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 아이의 기분을 바꾸어 보려고 아이와 눈높이가 맞을 정도로 쪼그려 앉아 봅니다. 그리고는 두손을 모아 아이의 귀에 대고 선생님은 들릴 듯 말듯한 말소리로 말합니다.
지웅아. 오늘 지웅이가 유치원 가기 싫다고 했다는 건 절대 선생님한테 말하지 않을게~ 엄마랑 둘만 아는 비밀이야. 그러니까 오늘은 유치원에서 재밌게 놀아.
아이는 충분히 알아들었을 것 같은데 귓속말로 비밀 얘기를 주고 받는다는 이 행위가 좋은지 알아 듣지 못한 척을 합니다. 그러면서도 얼굴엔 이미 장난끼와 웃음끼가 가득하네요.
뭐라고요?
그러면 저는 조금 큰 목소리로 귓속말을 다시 전합니다. 이번에는 소리가 더 커졌기에 선생님도 충분히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치가 않습니다. 아이는 엄마와 자신이 비밀을 나누고 있고 그 비밀을 귓속말로 전달했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지요. 때마침 선생님이 센스 있게 한마디 해 주시네요.
지웅이 엄마랑 무슨 말 한거야? 선생님이 엄청 궁금하네.
이 말에 아이는 더욱 의기 양양해 져서 기분좋게 교실로 들어갔고, 그 모습에 순간 제 기분도 좋아집니다.
아이들과 나누는 귓속말. 가끔 한번씩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요? 왜 어른들도 그렇잖아요. 누군가가 나를 믿고 나한테만 중요한 얘기를 털어 놓아준다면 기분이 으쓱하잖아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굳이 비밀다운 비밀이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그저 아빠가 엄마를 바라보며
엄마한테는 비밀이야.
라고 한다면 아이는 엄마도 모르는 무언가를 나와 아빠만이 공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기에 충분하지요. 자주하면 효과가 반감되겠지만 가끔 한번씩 아이에게 귓속말로 얘기해 주세요. 순간이겠지만 아이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으실 거라 장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