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셋째의 베일리 발달 검사가 있었다. 토요일 하루 유일하게 늦잠을 잘 수 있음에도 검사 시간 때문에 일찍 집을 나섰다. 아이가 정읍에 있으니 정읍에 들렀다 검사를 실시할 전주 소재 병원까지 가려면 2시간이 넘게 걸리니 마음이 조급해 진다.
사실 이 검사는 셋째를 가졌을 때 산부인과에서 환경보건 출생코호트를 권하길래 아무 생각없이 신청했다가 평일 검사를 받기도 쉽지가 않아 일하는 엄마가 신청하는 건 아닌것 같아 신청한 것에 대한 후회가 막심이다. 비싼 예산 들여 진행하는 건데 이제서야 안 한다고 할 수도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하고 있긴 한데 검사시기때마다 쉽지가 않다. 다행히 이번주 토요일에 시간이 맞아 베일리 발달검사와 영유아 건강 검진을 동시에 진행 하기로 한 것이다.
출생코호트 : 특정의 해, 또는 기간에 출생한 집단을 가리킨다. 장기간에 걸친 연차별, 연령별의 이환률, 사망률을 얻을 수 있는 경우에는 용이하게 출생코호트별의 동향을 얻을 수 있음(출처: 간호학대사전)
정읍에서 전주까지 한시간을 차를 타고 이동하니 도착할 때쯤 아이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발했는지 짜증를 내기 시작한다. 차를 잘 타는 아이가 아니니 장거리 자동차 탑승에 짜증이 날만도 하다. 거기다 전주 시내에 들어서면서 차도 막히고 신호가 자꾸 걸리니 나도 신랑도 약속 시간에 늦을까봐 민감해졌다.
정확히 약속시간에 도착했기 때문에 잠시 숨 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검사가 시작됐다. 발달검사 선생님이 처음 제시하는 몇가지 장난감에 아이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런데 관심을 갖고 조금 놀아보려고 하는데 자꾸 빼앗아가니 아이도 짜증이 났다 보다. 조금씩 짜증을 내다가 울기 시작한다. 그도 그럴 것이 1시간을 차를 타고 와서 힘들었던 13개월 꼬마가 낮선 환경에 들어섰다. 여기엔 주양육자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닌 일주일에 한번 고작 얼굴 한번 보여주고 사라지는 엄마만 있을 뿐 모든 것이 낮선데 이 녀석에게 누구하나 적응 시간을 주지 않고 다그치기만 한다. 너무 짧은 시간에 이거 해봐라, 저거 해봐라 요구가 많다.
그 정도 되면 아이를 조금 달래고 진행해야하는데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그런지 선생님은 정해진 순서에 따라 자꾸 진행만 한다. 그렇게 정신을 쏙 빼놓은 검사가 진행되었다.
그러니 검사결과가 좋을 수가 없다. 발달검사 선생님이 아무래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키우셔서 발달이 늦는것 같다, 생후 1년된 아이의 뇌에 자극을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느냐, 엄마가 아이에게 더 신경을 써라..등등등 워킹맘의 마음을 헤집어 놓는 말을 수없이 늘어놓았고, 그 말들은 워킹맘의 마음에 비수가 되어 내리 꽂힌다.
아이가 태어나서 지난 1년을 뒤돌아본다. 그래도 첫째때는 책도 많이 읽어 주고 블럭이며 교구며 이것 저것 아이 교육에좋다는 것은 묻고 따지지도 않고 사들여 한달에 한번 만나도 열심이었는데 셋째는 첫째, 둘째 신경 쓴다고, 다들 때되면 잘 크겠지 하는 마음으로 장난감 가지고 제대로 놀아 준 적이 없다. 그러니 그런 말을 들어도 싸다 싶다.
그런데 막상 신랑의 얼굴을 보니 좋은 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힘드시다고 아이에게 자꾸 TV나 영상물을 보여주시는 시부모님을 탓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토요일 아침부터 일어나
두시간을 넘게 운전하고 와서 검사시간 내내 아이 둘과 씨름하느라 토요일 오전을 그렇게 보낸 신랑도 기분이 좋을리가 만무하다. 그런 탓에 서로 아이들 앞에서 언성이 높아진 것이다. 셋째가 겁을 먹고 울음을 터트린다.
아이들 발달 검사 받는 날은 항상 그랬다. 그날은 여지없이 신랑과 부부싸움을 하는 날인 것이다. 둘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 아이들이 아프거나, 이렇게 다른 아이에 비해 발달이 늦는 것 같다는 소리를 듣는 날이면 말이 칼이 되어 큰 소리가 나가는 것이다. 게다가 뼈가 빠지게 고생해서 아이를 봐 주고 계신 시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함께 녹아들어서 말이다. 그러니 발달검사일은 부부싸움이 예약된 날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 발달 검사 질문지라는 것이 내가 100% 신뢰할 만한 것인가 싶기도 하다. 베일리 검사 중에 선생님이 장난감 차를 가지고 부릉부릉 하면서 차를 굴리면 아이가 그대로 따라하는가 여부를 확인하거나 블럭쌓기, 파인 홈에 막대 끼워놓기 등이 있는데 사실 우리 아이에게 한번도 안 해 준 놀이이다. 그러니 당연히 생소하고 낮설고 못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어머님이 아이를 데리고 놀아주시는 곤지곤지, 잼잼 같은 단동 10훈 같은 건 검사항목에는 없다.
예를 들어, 우리 아이에게 지금까지 종을 한번도 보여 준적이 없다. 그러니 아이는 종을 쥐어 준 순간 종을 흔드는 모습을 따라 하지 않고 종이 신기한지 요리조리 만져보더니 종안에 들어있는 구슬을 만지작거렸다. 그러자 발달 검사선생님은 종을 빼앗아 들고 다시 흔들어 대기 시작한다. 종을 흔들어 보라는 요구도 없이 말이다. 그런데 이 행동을 따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발달이 늦은 아이로 보는 것이 맞을까?
물론 2살 미만 유아에게 주어지는 뇌자극이 아이의 뇌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많이 반성하며 아이와 놀이에 더 신경을 써야겠다 싶으면서도 베일리 검사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을 필요도, 아이에게 너무 스레스 줄 필요도 없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우리 막내의 뇌발달에 좋은 놀이법을 찾아 포스팅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힘내자! 워킹맘!
이렇게 예쁜 우리 아가. 엄마의 관심이 부족해 아이의 머리가 나쁘다라는 후회가 들면 어쩌지. 일하느라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한 엄마는 그 걱정에 무섭기만 하단다. 잘 커 줄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