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비라고 환영받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더 새롭고, 열정적이고, 근사한 새 뉴비의 유입을 눈 여겨 보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보팅 하나로 볼 거리, 읽을 거리가 풍성해져서 설레는 마음도 있습니다. 아직 창작자보다는 소비자의 입장이 더 익숙해서 그런가 봅니다. 게다가 제게는 이웃 한 분 한 분의 색깔과 모양, 소리와 향기까지도 제각기 다르게 각인이 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새로운 가입자가 늘어나도 누구 하나 떠밀려 나가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방문 빈도 수는 줄지도 모르겠네요 ;ㅁ;). 다만 이 수많은 사람과 컨텐츠 가운데, 우리가 잠시 잰걸음을 멈추고 호흡을 나눌 수 있을 것인가, 소통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걱정은 듭니다. 시간, 욕심, 불안에 쫓겨 쓴 글(댓글)이 늘어나는 것은 바라지 않거든요. 저 또한 꾸준히 경계하고 조심해야할 부분입니다.
제가 막 스팀잇을 시작했을 때 kr 커뮤니티에 발을 들이는 것이 무척 조심스러웠습니다. 외국의 특히나 좁고 보수적인 한국 커뮤니티에서 몇 번 데였던 경험 때문이지요. 초면이지만 먼저 그 곳에 왔다는 이유로 위계질서를 잡는 다거나, 한국인끼리만 어울려야 한다거나 하는 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밥그릇(?)을 빼앗길까봐 저들끼리 팔짱을 끼고 강강수월래를 하는 경우도 허다했지요. 그런데 스팀잇의 kr 커뮤니티는 딴 세상이었습니다. 텃새가 있기는 커녕 기득권이 형성되는 것을 끊임없이 지양하는 움직임이 활발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닐테고,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닙다만, 아무튼 제 개인적으로는 내민 손 잡아주신 분들 덕분에 이 곳에 잘 적응한 것도 모자라, 여지껏 많은 선물을 받고 있습니다.
예전 글에서 우리가 객실등급이나 역할은 달라도 한 배를 탄 사이라고, 그 배가 좌초되지 않고 순항하여 각자가 원하는 목적지에 다달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 글을 쓸 때만 해도 언제 배멀미가 날 지 몰라 조금 걱정이었는데 아직 바다에 뛰어들지 않은 것을 보니 저도 뱃놀이에 익숙해졌는가 봅니다. 그런데 오늘은 배가 아니라 수레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는 옛 속담이 요즘 자주 생각납니다. 저 또한 스팀잇에서 누군가에겐 굴러들어 온 돌이겠지만 제가 과연 박힌 돌을 밀쳐 냈는지는 의문입니다. 최소한 제가 아는 스티미언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구르고 있거든요. 쉬어간다 한들 끊임없이 다른 돌을 굴려 주고 있고요. 스팀잇에서 이 ‘돌’ 은 바퀴라는 생각을 합니다. 계속 굴러야 하는 돌이지요. 스팀잇이라는 수레가 커지면서 바퀴도 많이 필요해졌습니다. 바퀴가 많아졌기 때문에 더 큰 수레를 싣게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커진 수레 안에는 그만큼 풍성한 음식과 갖가지 이야기 보따리가 가득합니다. 바퀴가 많아졌으니 수레가 넘어질 걱정도 덜할 것이고 속도도 더 낼 수 있겠습니다. 과학적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이 수레는 계속 굴러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바퀴가 제 역할을 못하고 어디 박힌 채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고 하면, 그것은 말 그대로 ‘박힌 돌’ 입니다. 굴러 들어온 돌에게 자리를 내어주기 쉽습니다.
얼마전 님께서 시대만평(時代漫評) - 66. '붉은여왕 효과'는 스팀잇에도 적용되고 있다. 라는 글을 쓰셨습니다. 글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힘껏 뛰어야 한다. 글을 링크하려고 찾아보니 이미 저 밑으로 내려가 있네요. 양목님도 열심히 달리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하루 200~300인 분을 커버하는 레스토랑 키친의 긴박한 속도전에서 늘 파김치 신세를 면치 못한 저로서는, ‘내가 여기 와서까지 치열하게 살아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님의 보상 7일 제한; 역전 가능성 이라는 글을 읽고 뛰지 않는 자가 뒤쳐지는 것, 박혀있는 돌이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공정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요는, 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는 것은 당연하나 열심히 굴러가고 있는 제 이웃들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그런 이야기를 다정하게 쓰고 싶었던 건데 왜 이렇게 길고 딱딱해졌지요? 뭐, 보유한 스팀파워에 따라서는 돌의 무게가 엄청나기도 하겠습니다만, 저처럼 스팀잇에 창작자로서 희망을 거신 가진 것 없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었습니다. 누구보다 저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고요. 더불어 제가 스팀잇에 들어오기 한참 전부터 달랑 바퀴 몇 개로 수레를 끌어온 분들께 감사함을 표합니다. 이제 막 스팀잇을 시작한 분들껜 눈치보지 말고 마음껏 재능을 펼치시라는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원래는 아르헨티나 생활이 이제 겨우 2주밖에 남지 않았으니 글을 올리는 속도를 늦추고 일상에 좀 신경쓰겠다. 박힌 돌은 되지 않겠지만, 구르다가 기름칠도 좀 하고, 목도 좀 축여야 하니까..이런식으로 결론을 내려고 했는데 글이 이렇게 되면서 야심차게 썼던 ‘부에노스 아이레스 D-14’ 라는 제목까지 수정하고 말았네요. 왠지 이 곳에 글을 쓸 때마다 흑역사를 창조하는 것 같지만 님의 흑역사가 박제되는 곳, 우리는 아량이 필요하다. 라는 글을 미리 마시고 시작했기 때문에 숙취가 조금 덜하리라 예상합니다.
실제로 술을 마시지는 않았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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