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박준 시인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겠지만>중 <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
ㅡㅡㅡㅡㅡㅡㅡㅡ
10년 지기 친구 A와 일본 도쿄로 3박 4일 여행을 갔다. 나는 1년 가까이 배낭여행을 다녀온 사람. A는 여권을 처음 만들고 타국을 처음 방문한 사람.
나는 A에게 여행 경험을 쌓으라는 핑계로 가이드를 맡긴다. A가 신난다며 가이드를 시작했다. 하지만 A는 자꾸 틀린다. 지하철을 반대로 타고, 10분 걸음을 30분 걸음으로 만든다. 답답했지만 나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답답함은 커져갔다.
그리고 여행 마지막 날 밤, 호텔로 돌아가는 길, A는 어김없이 길을 해맨다. 나는 말했다.
“야, 핸드폰 줘봐. 내가 할게. 너 머리 안돌아가잖아.”
그리고 나는 봤다. A의 표정을. 그 어둠을. 그 지옥을.
나는,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해 삼수까지 결정한,
삼수 끝에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해 포기한,
이제 입시 공부는 끝이라며 여행 한번 가자고 조르고 졸랐던,
비행기 타며 떨려 죽겠다며 이게 현실이 맞냐고 때려달라던 A에게,
마음 속에 살아남을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