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 막 로스쿨에 입학했을 때의 일이다. 부모님은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시며 선물을 사주겠노라고 날 백화점에 데려가셨다.
비싼 신발을 막 살 수 있던 드문 기회라 가급적 여러 매장을 둘러보고 살 생각이었다. 근데 처음 방문한 매장을 나올 수가 없었다. 물건을 파는 남자 점원이 워낙 열성적으로 세일즈를 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평소 즐겨 입는 스타일을 묻더니 거기 어울릴 것 같은 신발들을 추천했는데 그 설명이 그렇게 그럴 듯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한두벌도 아니고 대여섯벌을 권했는데 매번 내 밑으로 와 신발을 직접 신겨주고 구두끈까지 매주었다. 이목구비가 시원시원해서 그랬을까, 부담이 느껴지지도 않았을 뿐더러 물건을 팔려고 억지로 고생하고 있다는 인상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진짜로 내 신발을 신겨주는 걸 즐기고 있는 게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결국 우리 가족은 그 가게에서 구두를 샀다. 물건을 계산하던 그 남자는 나에 대해 묻다가 내가 로스쿨에 입학한다고 말하자 축하한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그때 그의 얼굴에 드러난 진심어린 축하와 그 이상의 자신감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쾌활하고 건장한, 잘난 수컷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사내였다. 어쩐지 부모님이 사주는 선물을 받기 위해 신나서 백화점에 온 내가 부끄러웠다.
나는 그가 지금 나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고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나는 일평생 그렇게 물건을 열심히 파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