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에 푹 빠져버린 동네라면 단연 '통영'이다.
통영은 푸른 바다를 에워싸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조금만 높은 곳에 올라서면 통영 온 동네가 시야에 한아름 안긴다.
동피랑 언덕에 올라서면 크지 않은 정자가 있는데,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누그네들에겐 좁다랗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소박하지만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점점 더 관광지로서 불가피한 상업적인 느낌도 짙어지는 것 같고
키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그림을 이루던 마을 뒤편으로
산을 깎고 높다란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다.
매년 통영에 방문할 때마다 산이 있던 자리에 고층 건물이 지어지고
산등성이와 하늘이 자유롭게 물결치던 자리에는 나의 아쉬움이 넘나든다.
그럼에도 통영은 치명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다.
너무나도 맑푸른 바다와 그 위로 둥둥 떠다니는 수많은 섬들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통영의 그 유명한 언덕은... 개인의 욕망으로 인해, 있는 그 자체로의 아름다움을 잃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맑푸른 물결은 아직 인간의 욕심이 더럽히지 못한 순수한 공간으로 남아있다.
서로의 간격을 우직하고 겸손하게 지키는 저 이름 없는 섬들은 어떠한가-
사진첩을 뒤적이며 다시한번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생각해본다. 정말로 산다면 어떨까?
조금 더 어렸을 때엔 누군가를 좋아하더라도
'함께 살아가는 상상'을 쉽게 하진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앞서 그런 생각부터 들 때가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살면 어떨까?'
그리고
'당신과 함께 살면 어떨까?'
미래를 내가 원하는대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하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내가 사랑하는 곳에서 살고 싶다.
그리하여
내가 디디고 부비며 사는 이곳을
내가 정말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