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적인 제목이 나를 이 책을 집어들게 만들었다. 평소에 "나도 이상한 선생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해왔던 터였기 때문이다. 또 초등교사라는 비좁은 영역 내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소문들은 "수능 잘 본, 소위 엘리트라는 사람들이 왜?"라는 의문을 가지게 했었다.
교육학에서 학생의 지능과 관련해 유전론과 환경론이라는 서로 상반된 이론이 있다. 나는 꼭 지능만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양식에 환경이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정상적인 사람이 군대에 가면 아랫사람을 막 대하듯이...그리고 초등교사들의 근무 환경이 우리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해왔었다.
(이 책의 저자인 김현희 선생님은 경력 10년차 교사이다. 젊은 패기에 내부고발의 목적으로 쓴 책일수도 있고, 어느정도 경험이 쌓여서 써 낸 자기반성의 책일 수도 있겠다. 거기다 중요한 포인트! 이 선생님은 다른 대학에서 2년정도 언론학을 공부하고 교대로 입학했다. 아무튼 딴지일보에 연재했던 내용을 엮어서 만든 책인 것 같다.)
저자는 다른 조직보다 교직에 이상한 사람이 더 자주 나타나는 것 같다면서 교사의 직업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대체로 평범한사람이던 교사들이 왜 이상하게 변하는지 자신의 경험, 그리고 교직환경과 관련하여 설명한다.
첫 번째 단계, 교사가 된 직후 나는 교실 안에서 내가 가지는 막강한 영향력에 매우 놀랐고 둘째, 도취되었고 셋째, 과거의 나를 돌이켜보며 경악했다.
왜 학교에는 이상한 교사가 많은가?'라는 문제의식을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교사의 직업 환경이 그들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 가능성을 높이는가?'이다.
괴물들은 존재한다. 그러나 실질적인 위협이 되기에는 그 수가 적다. 가장 위험한 것은 보통 사람들이다. -프리모 레비-
가장 공감가는 부분은 [2장 권력에 취한 교사들] 부분이다. 초등학교는 담임제이고, 미성숙한 학생들 앞에서 자신의 교실에서 왕국처럼, 절대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환경이다. 물론 모든 선생님이 이것에 취하진 않지만 이 책에서 일컫는 이상한 교사들은 저 권력에 취해 폭력적인 행동을 취하게 된다. 물론 요즘엔 물리적 폭력을 행하는 선생은 굉장히 드물다. 손머리, 열중쉬어, 떠들지마, 복도에 나가지마 등 폭력인지 모르고 인권을 제한하는 등의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나의 경험상 이러한 행동은 특히 신규 교사 때 더 두드러지는 것 같다. 대학에서 공부만 하고, 부족한 실습만 경험하고 현장에 나온 초등교사들은 갑자기 교실안의 왕이 되어 있다. 모든 학생들이 자기만 바라보고 자기의 말대로 따르는 경험을 하다보면, 교육을 핑계로 온갖 폭력적인 행위를 하게 된다.)
그리고 교육대학교 교육과정, 공무원 집단의 관료주의, 학교 조직체제 등을 날카롭게 꼬집고 자신의 교육관에 대한 소신을 나타낸다. 부끄럽고 들춰내면 창피하지만 자신이 속한 집단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초등교사들은 좀 특수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으로 (절대 일반화 하시면 안됩니다.)초등교사들의 특수성을 두가지만 꼽아 보자면,
첫째, 학창시절 모범생이었던 사람들이 많다. 이는 성적이 우수하단 뜻도 있지만 순종적인 성격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들은 잘못된 교직사회 구조를 깨닫고도 개혁의 목소리를 내기 보다는 체제 순응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규칙을 잘 지키지 않거나 반항적인 학생의 삶을 이해하기 어렵다.
둘째, 사회경험이 부족하다. 교육대학교는 배울 과목의 선택권이 거의 없고 시간표도 정해져 있어 생활모습이 고등학교와 비슷하다. 거기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 모여있다보니, 다양한 사람이나 환경, 의견 등을 경험하기 어렵다. 또한 임용고시만 합격하면 인생이 편하게 결정되니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도 현저하게 낮다.
(나도 군대에 가서야 처음으로 대학교를 가지 않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야학활동을 하면서 학업중단 청소년이 이렇게 많다는 것, 정말 깊은 밑바닥 인생을 사는 학생들의 처지와 생각을 조금이나마 알게되었다.)
김현희 선생님은 그래도 희망은 교사라고 이야기한다. 승진, 성과급 등에 연연하지 않고 아이들을 잘 돌보고 가르쳐야 한다고.
책을 읽으며 나도 신규시절 권력에 취해 오만하게 아이들을 대했던 모습을 다시 한 번 반성하며, 지금 나는 교사로써 떳떳하고 진짜 중요한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돌아보았다. 그리고 승진점수 때문에 억지로 쓰고 있던 연구대회 보고서를, 진짜 내가 연구하고 싶고 여유롭게 병행할 수 있을 때 진행하기 위해 컴퓨터 바탕화면에서 치워버렸다.
- 왜 학교에는 이상한 선생이 많은가? / 김현희 지음 / 생각비행 2017
책을 구입해서 읽어보셔도 좋고 아니면 딴지일보에 연재된 글을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링크 http://www.ddanzi.com/ddanziNews/90907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