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올린 글은 꿈을 좇는다는 것에 대한 글을 쓰려다 보니 워낙 복잡한 사회 현상과 인생철학이 꼬이면서 글이 좀 산만해진 느낌이다. 괜히 돌려 말하려다 보니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해볼까 한다.
창작으로 먹고 산다는 것은 꽤나 고달픈 일이다. 이유는 되게 간단하다. 다른 직업은 빠르면 몇 개월, 혹은 몇 년 공부하면 다 돈벌이가 시작된다. 그런데 이 창작은 오랜 수업을 필요로 한다.
간혹 젊은 천재가 나와서 떼돈을 긁어모으는 사례도 있지만, 그것이야 말로 착각이다. 그런 사람은 그야말로 로또 당첨 수준으로 희박한 사례다. 이 분야는 정말 오랜 공부가 필요하며, 심지어 교과서도 없고 누가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라서 일일이 곡괭이를 들고 암석을 하나하나 깨면서 길을 찾아야만 하는 고달픈 일이다. 더 절망적인 사실도 있다. 그렇게 한참 깨고 나아가봐야 목표점에 도달한다는 보증도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배고픈 직업이라는 말들을 한다. 맞다. 배고픈 직업이다. 집에 돈이 좀 있으면 모를까, 돈도 없는 사람이 그런 길을 가려면 배고픔을 감수해야 한다. 나이가 서른, 마흔이 다 되도록 사람 구실 못한다고 구박을 받고 매번 얼마 안 되는 공과금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며 집 밖으로 나갈 일이 생길 때마다 돈 몇 만 원이 없다는 사실에 매우 우울한 기분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다행이다. 그나마 성공 확률을 높여줄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그런 좌절감 속에서, 내가 이 짓을 왜하고 있나 하는 소리를 백 만 번 쯤 해 가면서,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면 책 백 권 정도의 분량을,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만 장 정도의 습작을,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라면 십만 번 정도를 부르면 누구라도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운이 좋으면 몇 년 만에 성공하기도 하지만 그런 사람은 분포 상 복권 당첨에 해당될 정도로 희박하고, 대부분은 10년, 늦으면 20년까지도 걸린다는 말이다.
이건 젊은 사람들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허들이다. 당장 돈이 없는데 그런 생활을 10년 20년간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면 아찔할 거다. 대부분은 여기서 나가떨어진다. 그런 미래를 감당하느니 그냥 포기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건 천형(天刑)이라 했던가. 포기하는 사람보다는 포기 못하는 사람이 더 많다. 그래서 구질구질하게 꿈을 붙잡고 늘어지며 나이를 먹어간다. 그 결과 보통 10년 정도 하면, 아무리 늦어도 20년 정도면 대개는 꿈을 이룬다.
가장 문제는 노력조차 안하는 사람들이다. 꿈은 있는데, 노력은 안 한다. 그러면서 결단도 못 내린다. 먹고는 살아야겠다. 하지만 꿈을 포기하기는 싫다. 그런데 노력은 안 한다. 이런 완벽한 3박자를 갖춘 사람이 바로 인생 낙오자가 된다.
모두 충족시킬 필요는 없다. 마지막만 빼면 된다. 꿈을 가지고 노력을 하면 결국 이룰 수 있다. 너무나 명백하고 단순한 사실이다. 이건 다 입증이 되어 있다. 다만 그 분량이 길다. 위에서 말했듯, 습작 백권, 만장, 십만곡을 채우고도 꿈을 이루지 못할 확률은 시작하자마자 성공할 확률 정도로 희박하다.
때문에 시작부터 대박치지 못할 정도로 평범한 운의 소유자는, 오래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할 정도의 운 역시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 사람은 10년 동안 꾸준히 노력하면 대개는 다 꿈을 이루게 된다. 다만 그 10년 동안 남들이 누리는 평범한 행복을 포기한 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감옥 같은 생활을 감수할 열정과 인내심이 있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보통 꿈을 좇는 사람들의 문제가 뭐냐면, 그 꿈을 이루는 시간을 단기간으로 잡는다는 거다. 대학을 졸업하거나 사회에 나와서 30살이 되기 전에, 마치 젊은 나이에 대박치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도 그렇게 될 줄 안다는 것이다.
현실은 좀 더 단순하다. 창작으로 성공하는 사람들은 보통 30세 이상이다. 전성기를 누리는 사람들은 40세 이상이다. 50세, 심지어 60세도 흔하다. 그 나이가 되도록 주위의 시선에도 꿋꿋하게 버티며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공부한 양을 다른 과목으로 대체한다면 공무원 시험도 합격하고 고시도 합격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은 그런 모든 안정과 편안함을 포기하고 꿈을 위해 묵묵히 걸어온 사람들이다.
그러니 성급해하지 말자. 너무 부담 갖지도 말자. 진짜 좋아하는 것이고 꿈이 있다면 당장 힘들어서 쉰다고 하더라도 내일은 또 걷게 된다. 그리고 걷는 것을 포기하지만 않으면 언젠가는 도달하게 된다. 그게 30살 40살이 될지도 모르지만, 어쨌건 포기하지만 않으면 이룰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