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이란 뭐죠?
지나간 뒤에 남은 어떤 것.
지나갔지만 아직 남아있는 것.
지나갔는데, 남아있다니?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고,
모래처럼 시간은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가는데,
뭐가 남는다는거죠?
응축된 시간, 머무른 시간!
괴로움과 고통이 폭풍처럼 나를 몰아칠 때 힘들게 맞서며 휘청거리고 쓰러지고
그러나 다시 일어서며 비틀거린 시간들,
절망인 줄 알았으나 돌아보니 절망의 시작지점에서 엄살만 부리다 만 시간!
한가롭고 지루하고 권태롭고 무기력한 시간을 피하기 위해
자극적인 것들로 소비하지 않고,
그 시간 속에서 어떻게든 견디거나
나름의 방식대로 지루함을 통과해서 즐기거나
그 시간의 속살을 고민한 시간!
뭐, 그런 행위들이
내 안에 축적되고 쌓이고 성숙해지는 시간이 아닐까요?
그런 시간은 내 안에 머물러 있고, 나의 일부분이 되지만,
자동차의 풍경처럼 지나치거나
지금의 시간을 회피하기 위해 다른 것들에 의지하고 소비한 시간들은
벼락치기 공부처럼 내 안에 머물러 나의 일부분이 되지 못하고 휘발되고 말죠.
나뭇잎에 새겨진 무늬,
나무기둥에 새겨진 나이테처럼,
우리 마음과 정신과 몸에 깊이 새겨진 시간은
이야기처럼 서사적입니다.
직선적이지 않고 우회하고,
단순하지 않고 복잡하고,
평면적이지 않고 입체적이고,
투명하지 않고 신비롭고 미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