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툶'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약 2년만에 여의도에 다녀 왔습니다.
벚꽃핀 윤중로를 걷기 위함이었냐고요? 하하, 아쉽지만 그건 아니예요.
오랜시간 저를 지켜봐주신 은사님을 뵙고왔죠.
방송아카데미 방음실(그땐 성우방이라고 불렀어요)에서 혼자 발성연습을 하던 저를 응원해주고 지지해주셨던 원장님.
정말 너무 가능성이 없어서 일반 공채도 아니고 아카데미에 들어가는것도 떨어졌던 제게 잘한다 나아지고 있다 격려해주셨던 분이예요. 저는 한 분야에 발을 딛고자 할 때 인도하는 사람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분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부족한 제가 포기하지 않고 강사가 되고, 오디션을 보게 해주신 감사한 분입니다.
근데 이렇게 말하면 되게 사랑이 넘치는 제자같죠?ㅎㅎ
원장님 알게된지는 8년, 못 찾아뵌지는 2년. 하하하.
정~말 오랜만에 뵙는거라 죄송한 마음에 빈손으로(?) 뚤레뚤레 다녀왔습니다.
마음만 무겁게!!
(저 교실 맨 앞에서 통합수업 듣고 그랬는데요.)
항상 같은 곳에서, 꿈틀대며 싹을 틔우던 그때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건 참 멋진 일입니다.
얼마전에 친한 친구가 "난 널 참 몰라" 라는 말을 했는데. 그게 그렇게 서운하더라고요. 저는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과 서로의 조각을 나눠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것 같아요. 가끔은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내 모습을 "짠" 하고 꺼내보여 줄 수 있는 거울같은 사람들이요.
그래서 주변의 사람들의 마음과 모습을 오래 담아두려 해요.
또하나의 싹, 채널 스팀잇을 시작했어요. 
스팀잇 안에서 글로, 그림으로, 노래로, 전문분야로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어가시는 분들을 보면서 멋지고 대단하다 느꼈어요. 물론 스피치 관련 글도 열심히 쓰고 있지만 그럼 저는 뭐가 좋을까... 글보다 더 잘하는게 있지 않을까 하다가. 보이스트레이닝 수업을 하고 내레이션을 하는 사람이니 목소리가 좋겠다! 해서 시작한 일인데요.
제겐 결코 녹록치 않아요.
썸네일, 낭독, 편집 그리고 음악 선정 믹싱까지. (여기다만 말하는건데요(?) - 양심상 비밀이라고는 안할게요 ㅎㅎ 첫편 소울메이트님 작품 만드는데 꼬빡 5시간 걸렸어요.)
저 스팀잇 처음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상편집 배운다는 글에 님이 조카 돌영상 만드느라 2주동안 멘땅 헤딩하셨다면서 응원해주셨는데요. 툴을 다루는 걸 정말정말 어려워 해서 느리게 느리게 완성하고 있습니다.
원래 올해 계획은 제 유튜브채널을 만들어 강의형식의 영상을 올리려던 것이었는데요. 두가지는 도저히 못하겠어서요,
하고 싶던것 중 그나마 단계가 덜 복잡한 채널 스팀잇을 먼저 열었어요. 사실 하면서도 '과연 이렇게 계속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지치지 않을까' '난 왜이리 더딜까'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어요.
하지만 하면서 배우는게 제 특기이기에, 그리고 또 하지 않고 생각만 하다가 결국 못하는 인간이기에 저질렀습니다.
굳이 그렇게 잘 못하는걸 다 하려고 하는 이유는 뭘까?
저도 그 부분을 곰곰히 생각해봤는데요.
일이 저를 선택하지 않고, 제가 일을 선택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예요.
음.. 저는 예전에 다른 선생님 강의 교안을 대신 만들어드리며 돈을 번 적도 있고, 제가 만든 교재의 일부가 다른사람 이름으로 출판된 적도 있어요. 그땐 그 상황이 너무 싫었지만 정말 어쩔 수 없었어요. 아무리 강의 실력이 좋아도 제 존재를 아는 사람이 얼마 없었고 또 그런 일이라도 해야 배우는게 생기니까요.
프리랜서가 되고 나서는 고정적인 수입이 없으니 그달의 경제 상황에 따라 일을 하게될 수밖에 없었고요. 일이 나를 선택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점점 제 색을 잃고 요구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수동형 인간이 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말이 좋지 그게 어디 쉽나요!
자기가 스스로 일을 만들고 그것의 주체가 된다는건. 그 안에는 숨겨진 책임, 고민, 그리고 하나를 선택함으로 다른 하나를 잃는 아픔까지도 감수해야 하는 일인걸요. 거창하게 '내가 나를 고용한다' 이런거 보단.. 그냥 뭐..
휘뚜루마뚜루 전문분야 외에도 뭐든 맡기면 어느정도는 해내는 인간이 되어, 제가 쓰일만한 분야를 많~이 만들게 하자는 계획을 세운거죠
그래서 더디지만 배워놓고, 힘들지만 고집을 부려가며 다 해보는거예요.
강의 하고 싶어 시작한 '강사'라는 이름으로 보낸 6년의 시간동안 깨닳은 건,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으면 하고 싶은일을 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 이니까요. (되게 늦게 깨닫긴 했어요 ㅎㅎ)
그래서 봄꽃구경은 못가더라도. 시간과 싸우며 뚜벅뚜벅 제 안의 꽃을 피워볼 해볼 생각입니다.
그러니, 채널 스팀잇 많이 사랑해주세요. -> 오늘의 결론ㅎㅎ
여의도 가는길 집 앞에서 목련을 봤어요.
지금 사는 곳에서 봄을 맞은 적이 없어서 그동안 집 앞 나무가 목련나무인지도 몰랐거든요.
'그래, 그동안 그렇게 앙상한 나뭇가지로 꿋꿋하게 서있더니, 너는 하얀 목련을 피웠구나.'
예쁘고 또 예뻐서 한참을 물끄러미 봤어요. 대견하다 스다듬어 준 나무앞에서 괜히 미소가 나왔습니다.
저도 언젠가 피우겠지요.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