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하지 못하는 것중엔 소중한게 많아요.
컴퓨터로 글을 읽고, 작업하는 일이 많아졌다.
눈이 뻑뻑하고 아파서 감고 뜨는 무의식적 행동이 다 느껴질 될 정도로 심하다.
'어쩔수 없지. 그럴만한 일을 많이 하니까' 라는 생각으로 미뤘는데, 오늘은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선생님 저는 원래 안약도 떨어뜨리는게 무서워 안써요.
오래 일해도 튼튼한 눈이었어요. 근데 아파요" 진료 의자에 앉자마자 칭얼거렸다.
그 말을 들은 선생님은
"원래라는건 없어요. 인공눈물 쓰세요.
우리 몸 인식하지 못하는 것들중에 소중한 게 많아요." 라고 말했다.
어쩌면 이말을 들으러 안과에 간 건지도 모르겠다. 여러번 곱씹었다.
탈나고 아파야 중한 걸 알고, 곁에서 멀어져야 귀함을 느끼는 요상한 사람 맘.
정말, 원래 그런 건 없다.
아직 어떻게 떨어뜨려야 할지 몰라 손을 벌벌 떠는 안약초보지만, 눈을 열심히 돌봐 주겠다 다짐했다.
내가 인식하지 못한 그러나 소중한 것들은 또 뭐가 있을까.
한동안 빡쎈 눈화장은 안녕이다.

사실 못하는 건 없어. 계속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만 있을뿐이지.
영상을 배우고 있다. 정확히는 편집.
쭉쭉빵빵 빅토리아 시크릿 언니들의 굴곡 넘치는 몸매를 보면서도
한번 본 내용을 줄줄 외워대는 괴물 기억력 동료 강사님 앞에서도
"이번생은 글렀어" 라는 말은 입 뻥끗도 안했는데.
편집 프로그램 '프리미어'를 켜놓고 컴퓨터 앞에 무릎 꿇고 경건하게 읊조린다.
"전 이번생에 안되려나 봅니다..."
4시간 남짓 가르쳐주신 선생님도
"수강생이 300명정도 됐었는데, 이렇게 느린분은 1분정도 있었어요" 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특출난 재능 따윈 없다는 걸 이제 안다.
타고난 소질이 있다면 그건 지속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
잘하는게 뭔지 정말 오랜시간 방황한 사람으로,
그리고 '지금' 그 방황을 하는 친구들을 돕는 강사로서 얻은 오랜 결론이다.
딱딱하게 굳어 하늘로 솟아 오를듯한 어깨가
"천천히 해봐. 여태까지 한게 아깝잖아~"를 외친다.
응, 그래. 나의 '더딤'에 대한 내성은 이미 오래전에 생긴터라.
해보자, 후생 말고. 이번생에!
누군가 사랑을 변함 없이 듬뿍 퍼부어줬으면 좋겠네.
며칠 전 실연 당한 친구가 ,
"누군가 사랑을 변함 없이 듬뿍 퍼부어줬으면 좋겠네" 라고 말했다.
낮은 목소리로 쿨하게
"너도 알잖아. 그런건 없다는걸. 맘을 비워" 라고 답했다.
하지만 모를리 없다. 내가 그 맘을.
어른스럽고 성숙한 사람이라면 내 행복을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는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존(自尊) 은 말그대로 '셀프' 라는 것. 이미 잘 안다.
하지만 인간은 매번 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
나만해도 자뻑기와 자학기를 왔다갔다 하며 롤러코스터급 부침을 거듭하는 삶을 산다.
내 안에 흔들리지 않고 나를 지지해 주는 '힘'은 가끔 마비 되거나 휴업할 때도 있는 법.
"당분간 그 역할 내가 해줄게! 넌 꼭 사랑 듬뿍듬뿍 해줄 멋진 사람 만날거야!"
말해줬음 어땠을까.
그 말 해준다고 정말 자기 존재를 타인에게만 의존할 나약한 친구도 아닌데.
세련된 성숙녀 코스프레보다, "나도 그래 임마. 그런 사랑이 그리워. 우씨"
속내 드러낸 채 끌어안고 등 두들겨주는 찌질함이 훨씬 나다웠을텐데.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 친구는 100% 회복해서 잘 지내고 있다.
역시, 남 걱정은 할게 못된다. 나나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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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거야 - 조제호랑이그리고물고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