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루리웹에서 재미난 포스트를 읽었다.
http://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36276119
<태생부터 잘못 설계된 인간의 눈>이라는 이 포스트의 설명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포스트에 따르면 오징어의 눈이 보다 효율적이고 기계적으로 우수하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엄밀히 따지자면 여기서 '잘못'이라는 개념은 '비효율'로 바꾸는 편이 맞다.
진화는 결과론이다. 센 놈이 오래가는 게 아니라 오래가는 놈이 센 것이다. 인간은 현시점에서 압도적인 우점종이다. 포유류 중에서도 인간의 진화 과정은 산만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우점종이 되었다.
원숭이 시절에는 원래도 뇌의 많은 활동비중을 차지하는 포유류의 눈을 가지고 나무에서 과일을 따 먹어야 했다. 그래서 색을 잘 구분해야 했고 총천연 칼라로 안구를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뇌용량이 필요해졌다.
나뭇가지와 먹이를 쥐어야 했으므로 앞발은 손으로 진화했다. 발도 손의 형태와 기능을 따라갔다. 손동작은 뇌를 더욱 발달시켰고 도구를 쓸 수 있게 해 주었다. 돌고래는 인간의 조상보다 영리했지만 지느러미로는 뇌를 드라마틱하게 발전시킬 수 없다(돌고래의 지적 능력은 아직도 많은 부분 미지의 영역이지만.).
인간의 안구는 한 번 더 '잘못' 진화한다. 야생에서 상대에게 감정을 노출하면 불리해진다. 그러나 안전한 나무에서 내려와 지상에서 맹수들과 대결해야 했던 인간의 조상은 협동을 위해 개체의 감정을 노출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따라 눈동자와 흰자의 구분이 명확해졌다.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고 남의 마음을 읽으며 필요에 따라 연기까지 펼쳐야 하는 사회화가 진행되었다. 뇌용량은 더 커졌다.
사냥과 도망을 위해서는 뛰어야 했는데, 앞발은 도구에 내주었으므로 닥치는대로 함부로 진화했다. 대부분 포유류의 다리 구조를 보면 인간의 발뒤꿈치에서 앞꿈치까지가 종아리다. 즉 원래 우리의 발은 앞꿈치와 발가락이 전부였다. '다리'의 수는 넷에서 둘로 절반이 되었는데 그나마도 '정상적인 다리'보다 섹션이 하나 모자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의 신체 진화는 엄청난 낭비를 감행했다. 단백질을 하체에 쏟아부은 것이다. 인체의 근육 70% 이상이 골반과 무릎 사이에 몰려 있다. 우리는 몸매를 유지하는데 스쿼트가 최고의 운동이 된 이상한 동물이다. 직립동물이 되면서 허리디스크도 얻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손은 완전한 자유를 얻었다. 지구는 인간의 손장난에 정복되었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오징어는 포유류에 비할 수 없이 깔끔한 진화의 결과물이다. 포유류 중에서는 고양이과 동물이나 말이 인간보다 정확하고 우아하게 진화했다. 고양이는 우리가 느끼는 지능에 비해 놀랍도록 작은 뇌를 가졌다. 그만큼 낭비가 없다는 의미다. 인간의 진화는 이들에 비하면 지저분한 땜질의 결과다.
그 결과 인간은 승리했다. 지금의 헤게모니가 얼마나 갈 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지구를 손에 넣었다. 진화는 우연적 결과이고 결과론적 우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