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 주의]
#1
훗날 내곁에 누군가 우리 사일 궁금해 하면
이젠 다 잊었단 말 대신,
처음부터 정말 나는 너를 모른다고 말해줄게
김장훈의 '슬픈 선물' 중
이별을 중시하는 내 연애의 신조와도 같은 노랫말이야. 하지만 난 잊혀지기 싫어. 그녀로 하여금
그 아이는 지금 어떻게 살까? 어떻게 변했는지 보고싶어. 다시 만나면 또 좋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하려는 건 아니야. 나는 그냥 필름 속의 나와 그 아이의 모습이 그대로 있었으면 해. 그 필름을 가지고 가서 인화하지 않아도 좋아. 서랍 깊숙한 곳에 두고 영원히 다시 보지 않아도 좋아. 우리가 시덥잖은 농담에 낄낄 거리고 우리 둘만 아는 말을 사용하며 미소 짓고 음식에 니가 싫어하는 당근이 나오면 내가 말없이 내 접시로 옮기던.. 그런 순간들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거야.
#2
영원히 상기하지도 않을 기억은 이미 사라진 기억 아니야?
아니야 사라진 기억과 상기하지 않아도 남겨져 있는 기억은 달라. 사라진 기억은 가능성이 없지만 남겨진 기억은 그녀가 일생동안 딱 한번만이라도 날 떠올리게 만들 수 있으니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내가 그 바람을 가지고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달라. 물론 그녀에게 내가 어떤 기억으로 남겨져 있는지, 혹은 사라진 그 무엇인지는 내가 알 수 없어.
그래서 나는 이터널 선샤인을 보면 그렇게도 서럽게 눈물이 나나봐. 나는 조엘이 클레멘타인에게 도망가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들, 암흑 속으로 사라져가는 어두운 골목길을 보며 절규하는 조엘의 모습 그리고 "최선을 다해. 나를 잊지마"라고 말하는 클레멘타인 을 늘 기억해.
#3
이상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여전히 너에게 기억되길 바라고 있어'라는 마음가짐이 그녀에게 긍정적인 에너지가 되서 전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해. 응? 갑자기?? 에너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나는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이 싫다. 미운 마음보다 그 마음을 품는 순간 내 안이 무너지는 그 느낌이 싫거든.
내가 너를 생각할 때 늘 미안하고 고맙고 좋아하는 감정을 떠올리고
우리 서로 영영 볼 수 없어도 너가 나를 돌아 봤을 때
내가 웃고 있으면 니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그래서 점점 작아지고 점이 되고 이제는 보이지도 않는 사람을 보고 착하게 서 있는거야. 그러면 너도 앞으로 잘 걸어 나갈 수 있겠지. 그래 어디서 읽었던 것처럼 나는 너를 사랑하기보다 너를 사랑한 나를 사랑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어.
#4
시간에게 속아 다른 누굴 허락하고
BMK의 '꽃피는 봄이 오면' 중
시간에게 속는다는 표현이 슬퍼. 나는 그 때 마음 먹은거야! 시간에게 속지 않기로..(다른 이들을 허락하기는 했지만..지속적으로..) 그래서 혼자 너무 많은 것을 가슴에 가지고 살아. 이 것들을 조금씩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기약이 없네. 나는 밤에 센치해지기보다 아침에 센치해지는 편이야. 그건 내가 치열한 일상을 살고 있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지.
#5
난 한 부분때문에 전체를 사랑하는 편이야. 가령, 시작 부분의 "뻬이비 유~ 나의 사랑 그대" 이 부분 때문에 '처음부터 너와 나'(볼빨간사춘기)를 듣고 "넌 항상 그래 이기적인 새끼" 이 나레이션 들을려고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빅뱅)를 들어. 그 뒤로 그 아이와 함께 우산도 없이 비를 맞은 적은 없지만 함께 비를 맞았던 기억때문에 나는 너를 사랑했지. 군대 휴가 나와서 집도 안 들리고 여기저기 놀러 다닐 나를 위해서 니가 크린백에 담아온 양말 몇 켤레를 잊을 수 없어서 몇 년 동안 너를 만나기도 했어. 모두들 사소한 기억들이 많기를 바라. 대신 이 기억들 전부 담고 있는 거 상대한테 티 내지는 말고!
응 무려 13년이 지난 내 싸이월드 게시물이네. 저 여자 사람 아래 'ㅂㅗㄱㅗ ㅅㅣㅍㅇㅓ...' 이게 백미야. 저 글자들만 없었어도 완벽한 사진인데..역시 ㄱㅏ끔눈물을흘ㄹㅣ는 감성은 무서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