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stion Diary.
2018년 9월 14일. 요즘 원고를 매일 한 꼭지씩 쓰고 있다. A4지 기준으론 2장이고 글자 수 기준으로는 4,000자쯤 된다. 책 한 권에 40꼭지라고 하니 한 달이면 책이 나오겠다고 계산이 된다. 아니지, 분명 수정이나 추가 요청이 들어올 테니 한두 달은 더 잡아야 하겠다. 지금처럼 페이스 유지만 잘하면 올해 안에 내 책을 볼 수 있겠구나 싶다.
오전 9시쯤엔 지난번에 기획자님께 보내드린 원고 피드백을 받았다. 재밌게 잘 읽었고 원고를 볼 때마다 확실히 감성적인 글쓰기보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글쓰기가 훨씬 잘 맞는다는 얘기를 해주셨다. 언제나 그렇듯 칭찬으로 힘을 불어넣어 주신다. 그런데 이거 참, 글을 잘 썼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언젠가 한 번 글을 볼 때마다 칭찬하시기에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
“미흡한 점 보이면 개의치 말고 말씀해주세요. 저 그런 거로 상처 안 받거든요. 괜찮으니까 솔직하게 말씀해주세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거예요. 그리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잘하는 것만 해도 충분하다고요. 약점이 약점이 아니게 되고 다시 강점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까요. 차라리 그 시간에 강점에 집중하면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올 겁니다.”
그러니까 서로 안 좋은 얘기는 할 필요가 없다고. 그 얘기를 듣고 말씀 참 잘하신다 생각했다. 눈에 보이는 사례가 있으니 안 믿을 수도 없고. 그래도 사람 마음이란 게 장점보다 단점이 더 크게 보이는지라 마음 한구석엔 항상 찜찜함이 있다. 분명 부족한 글일 텐데, 보완하고 싶은데. 몇 번씩 읽어보고 퇴고하지만 내 눈에 당장 미흡한 점이 보일 리가 없다. 보는 눈 좋은 사람은 입을 꾹 닫고 있으니. 외부에 공개할 수도 없고. 답답한 채로 계속 나아갈 수밖에.
장점, 단점 하니 생각나는 게 예전에 이런 고민을 했었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어떤 거로 밥벌이를 해야 할까? 당장 밥벌이를 하려면 잘하는 것으로 하는 게 맞겠지만 평생 해야 한다면 좋아하는 것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평생 해야 한다면 분명 중간에 무너질 거라고. 최고는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일치하는 상태겠지만.
다른 사람 의견은 어떨까? 궁금해서 종종 물어봤다. 대상자는 주로 사업가들이었다. 대부분은 잘하는 것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이런 꼴 저런 꼴 많이 보게 되는 데 그런 걸 겪으면서도 계속 좋아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했다. 아마 지금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일도 하면서 싫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하지만 하기도 전부터 싫은 일이라면 조금 못하더라도 좋아하는 일로 시작하는 게 맞는다는 의견이었다. 그 말이 참으로 맞다 생각해서 좋아하는 일, 싫어하는 일, 잘하는 일, 못 하는 일 사분면을 만들어서 하나씩 정리했다. 앞으로 인생 방향을 결정할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해서.
그런데 다시 보니까 뭐야, 결국 좋아하면서 잘하는 일 하라는 거였잖아. 사람은 가만 놔두면 알아서 좋아하고 잘하는 일 하지 않나? 힘 빠진다. 저거 고민할 때 뭐 대단한 일 하는 양 비장했었는데. 그래도 지금 하는 일에 의문이 들거나 불안하진 않으니 됐다. 잘했어. 의미 있었어. 지금처럼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만 가지고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