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개 연가>
아직 이별 따위에 연연할 나이는 아니라고
툴툴 털고 갈 일인가, 때론
달빛이 창백하다거나
허기진 소쩍새가 그마저 삼켜버리고 몇 날
어쩌다가, 내 어쩌다가
꽃잎 지는 오동나무 아래 섰던고, 그
튼실한 살을 더듬어 보고
짤랑거리는 이파리를 애틋이 바라보았던고
정녕 섭섭한 눈으로 흘기다가도
여기 기대어 넋없이 하늘바라기에 젖던 아이 있어, 애야
하고 부르려면 벌써
눈물이 앞서는 까닭에, 그가 거닐던 가루개길로
산그림자 어룽지니 묻는다. 어찌
서둘러 산노을 곧 앞산마루 넘어가는지
봄을 이고 아주 아주 가고 마는지
장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