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형님네 가족, 우리 가족이 모여 셋째 돌을 핑계로 부모님을 모시고 식사를 같이 했다. 자식 넷중 첫째와 둘째의 가족이, 손주 여섯중 다섯이 한자리에 모였다. 손주 다섯 모두 바쁜 자식들을 대신해 할머니, 할아버지가 엄마, 아빠 노릇을 자처하시며 혹여나 아플까, 혹여나 다칠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키우셨으니 다섯 손자가 이렇게 커서 한자리에 모여 무언가를 먹는 것만으로 얼마나 흐뭇하셨을까 싶다. 우리가 사려고 모시고 간 것인데 결국 아버님이 중간에 나가셔서 계산을 해 버리셨다. 그리고는 기분 좋게 반주를 즐기셨다. 나이들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는 아들에 큰사위까지 앉혀놓고 하시는 반주시니 어찌 술 한잔이 맛있지 않으시겠으며, 자식 손주 먹인 밥 값이 아까우셨을까 싶다.
가끔 우리 아이 셋이 머리를 모으고 옹기종기 앉아 뭘하는지 서로 좋아 죽겠다는 마냥 웃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이때 만큼은 정말 흐뭇하고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좋은 기분이 들곤 한다. 내 마음이 이럴진대 손주까지 앉혀놓고 식사하시는 부모님 마음이 어떠셨을지 감히 상상해 본다. 이 맛에 힘들지만 자식을 낳아 기르는지도 모르겠다.
아침엔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참으로 오랜만에 밥상을 받았다. 할아버지와 손주들이 정답게 둘러 앉아 식사를 하는 모습이 참 평범하고 사소한 모습일 진대 바쁜 현대인의 일상에서 어찌 보면 참 쉽지 않은 모습이기도 하니 갑자기 그 모습이 너무 좋아보여 사진을 찍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끔 내 포스팅을 보신 분들이 우리 아이들은 참으로 축복받은 것 같다는 댓글을 남기실 때가 있는데, 나도 이렇게 할아버지, 할머니 사랑까지 독차지하고 자라는 우리 아이들을 볼 때면 그렇게 느낄때가 있다. 조부모와 함께 밥상머리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우리아이들은 참으로 복받은 아이들임이 틀림없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어머님이 영화를 보시고 싶어하는 눈치시길래 영화관으로 향했다. 부모님 두분은 <1987>를 예매해 드리고 우리는 디즈니에서 새로 나온 <코코>라는 애니메이션을 봤다. 아직 6살, 4살 우리 아이들이 이해하기는 조금 어렵기는 했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꼭 봐야할 영화로 강추하고 싶다.
가족이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 주게 하는 영화 <코코>. 사실 처음에는 뮤지션을 꿈꾸는 꼬마 미구엘이 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의 모험을 그린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꿈보다 더 소중한 가족의 의미를 찾아가는 영화였다. 아이들 수준에 조금 어려울 수 있어 더빙을 선택했는데, 자막으로 봤으면 더 좋을 것 같은 ost음악까지..너무도 감동적이고 좋은 영화였다. 아이들이 조금 크다면 무조건 자막을 추천한다. 요즘엔 에니메이션이라고 우습게 보면 큰 코 다치는 것 같다. 전미 박스오피스 2주간 1위의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 단언컨대 주관적으로는 내가 본 애니메이션 중에 단연 최고였다.
영화를 보고 나온 우리 큰애는 <기억해 줘>라는 말이 가장 인상이 깊었나 보다. "엄마! 기억해 줘야 한다고 했잖아요." 한다. 그래서 얼마전에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도 기억해 줄 수 있겠냐고 물었더니 너무도 자신있게 "네!"한다. 아마 우리 아빠가 하늘 나라에서라도 이 얘길 들으셨으면 참 뿌듯하지 않으셨을까?
영화에서는 현세에서 누군가가 기억해 주지 않는다면 죽은 자들은 죽은자의 세상에서도 살 수 없고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 누군가 사진으로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1년에 딱 하루 '죽은자의 날'에 현세에 와 볼수 있다는 컨셉. 멕시코를 배경으로 하지만 우리의 제사라는 전통과도 동떨어지지 않아 제사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기도 했다.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서 가족보다 더 귀하고 중요한 존재가 또 있을까? 잠시 가족의 의미를 잊고 살았다면 이 영화 <코코> 꼭 한번 보시기를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