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먹스팀을 빙자한 결혼이야기를 보고 저 또한 많은 고민을 했던 일이기에
제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보려 합니다.
“나 결혼해” → “정말 축하해! 결혼식은 언제야?”
지인에게 “나 결혼해”라고 말하면 축하한다는 말 다음으로 오늘 말은 “결혼식은 언제야?”일 겁니다. 결혼을 하면 결혼식은 당연히 하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혼식을 올리며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결혼식 없이 혼인신고 후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것은 당연하지는 않은 일입니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특히 우리나라에서 당연하지 않은 일을 한다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결혼식을 올리지 않으려는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님의 글을 보니, 소통할 수 없는 부모님이 뿌린 돈을 걷을 뿐인 의미 없는 결혼식을 하기 싫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기에 결혼식 당일에는 정신이 없습니다. 많은 지인들이 참석해주시기에 한분 한분과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어려운 일이지요. 부모님 지인들도 많이 오시기에 처음 뵙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이런 자리에서 소통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요.
결혼의 시작을 알리고, 축하를 받고 싶은 자리에서 축의금 봉투를 받고 기록하며 확인하는 모습을 보고 이게 우리의 결혼식이 맞나 하는 생각도 들 것이라 생각됩니다. 인생에서 가장 특별하고 소중한 순간을 남들과 같이 가장 평범하게 결혼식을 올린다고 생각하면 꼭 올려야 하나 라는 생각도 들 겁니다.
그럼에도 왜 많은 사람들이 결혼식을 올릴까요?
개인적으로는 결혼식을 올리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올린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냐구요?
결혼식을 올리면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을 편하게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당연히 결혼식을 올리기에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을요.
결혼식은 다른 집에서 자란 두 사람이 하나의 집을 이루는 의식입니다. 그 자리를 축하해주기 위해 양쪽집의 많은 친척분들이 오십니다. 결혼식을 하지 않으면 그 친척분들이 의아해 하실 겁니다. 그럴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해주시면 정말 고마운 일이지만 보통은 ‘왜 결혼식을 안한데?’ ‘왜 결혼식을 안했데?’라는 질문을 많이 받으실 겁니다. 부모님이요. 듣기 좋은 말도 한 두 번이어야 좋은데 부모님은 해명 아닌 해명을 여러 번 해야 하실 수도 있습니다. ‘우리 마음대로 결혼식을 한 건데 왜 그렇게 물어보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 결혼식을 내실 있게 하고 싶은 문화가 생겨나고 있듯 그분들에게는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당연한 문화에서 살아오신 분들이기에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마음을 가장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은 ‘돈’입니다. 고마운 분에게 장문의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달한다면 그 마음이 가장 잘 전달되겠지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대부분 ‘돈’으로 선물을 전달하는 것으로 감사한 마음을 드립니다.
결혼식 축의금도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혼식을 올리는 주인공의 부모님들도 그렇게 마음을 전달해 왔을 것입니다. 그 중에는 정말 축하하는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드린 축의금도 있겠지만 문화 속에서 전달한 축의금도 있을 겁니다. 결혼식에서 부모님이 전달했던 축의금을 ‘돌려’받는 것은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축하할 일에 축하한다는 말을 전했으니 내가 축하받을 일이 생기면 당연히 축하받을 수 있는 일이니까요.
양가 부모님이 쿨(?)하신 분이시라면 다행이겠지만, 수많은 축하를 하고 정작 내 일에는 축하한다는 마음을 못 받으면 많이 아쉽지 않을까요? 더군다나 ‘내가 축하를 받지 않았으니 다른 사람들의 축하한 일에 마음을 전달하지 않겠다.’ 하고 살기도 어려운 일이니까요.
당연하게 해오던 일을 하지 않았을 때 당연히 생기지 않았던 문제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럼 나도 평범하게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좋을까요?
결혼은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특별한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결혼식을 ‘평범하게’ 진행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요. 결혼식을 포기할까 생각 할 만큼요. 결혼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이기에 다른 대안을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허례허식 같다면 그 결혼식에 의미를 넣어 특별한 결혼식을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저희도 결혼 할 때 평범한 결혼식을 올리기는 싫어 나름 노력하여 결혼했습니다. 하객들에게 잘 들리지도 않고, 결혼은 우리가 잘 해야 행복하다는 생각에 주례는 과감하게 포기했습니다. 연애인 축가를 부를 능력은 없고, 친구들의 축가는 특별하지 않은 것 같아 부부가 함께 축가를 불렀습니다. 잘 살겠다고. 친구는 축가 대신 백댄서로 고용해서 우리 부부와 같이 신나게 춤을 췄습니다. 외할머니께서 이렇게 신나는 결혼식은 처음이다 할 만큼 신나게 결혼했습니다. 신나게 살겠다는 의미에서요.
결혼식에서 소통을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혼식 전후로도 많은 시간이 있습니다. 정말 축하해줄 사람이면 어떻게 결혼을 시작하던 축하해 줄 겁니다. 결혼을 하며 마음을 깊게 나누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청첩장을 우편으로 보내지 않고 식사라도 한끼 혹은 한 잔 하며 전달한다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겁니다. 결혼 식 전 파티도 아주 즐거울 수 있지요.
결혼식을 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큰 틀은 유지하면서 나만의 결혼식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결혼식을 올리지 않는다는 것은?
결혼식을 올리지 않는 것에 양가 부모님이 동의하시면 문제가 없지만, 허례허식 같은 결혼식을 강요받는 게 싫어서 부모님에게 결혼식을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혼식 주인공은 부부이지만 결혼식의 최대 투자자(?)는 양가 부모님이시니까요.
우리나라에서 결혼식을 올리지 않는다는 것은 아직까지는 당연히 할 것을 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모르는 미지의 영역으로 가는 길입니다. 박수를 받을 수도, 질타를 받을 수도 혹은 별 일 없이 넘어갈 수도 있겠지요.
결혼식을 올리냐 마냐의 문제는 주인공이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지만,
(모든 자신의 선택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듯)
용기가 없었던 저는
그래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