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며칠 전 빗썸의 실적과 관련된 기사를 썼지만, 빗썸 뿐 아니라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회계법인의 외부감사를 받아 감사보고서를 조만간 공개할 모든 거래소에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사실 빗썸은 아직 자신의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기사를 쓸 수 있었던 이유는 비덴트란 회사 덕분입니다. 거래소 빗썸을 운영하는 기업인 비티씨코리아닷컴의 지분 10.55%를 보유한 비덴트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법인인지라, 규정상 3월말(결산일로부터 90일 이내)까지 감사보고서를 공개해야 했습니다. 비덴트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을 '관계기업'으로 분류했고, '관계기업'의 실적은 지분을 보유한 회사의 실적(정확히 말하면 지분법 손익)에 반영됩니다. (사실 관계기업으로 분류한 것도 약간은 논란이 있습니다. 이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기사를 읽어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결국 빗썸은 스스로 실적을 밝힌 것이 아니라, 빗썸의 지분을 보유한 비덴트가 밝힌 것입니다. 다만 조만간 빗썸도 스스로 실적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제가 기사를 쓸 당시인 3월29일, 빗썸은 아직 재무제표를 확정하기 전이라고 밝혔습니다. 최종 확정은 3월 30일 주주총회에서 이뤄질 예정이죠. 재무제표는 회계법인이 작성하고, 회사의 경영진이나 이사회가 승인한다고 확정되지 않습니다. 회사의 주인들인 주주들에게서 승인을 받아야 최종 확정됩니다. 그런데 매출이나 이익 등 숫자를 누군가의 승인을 통해 확정한다는 것이 조금 이상하죠? 저도 예전엔 이런 숫자들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회계는 여러 가치평가에 따라 숫자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면 투자한 사업이 거의 망해가는 상황인데, 손실로 처리할지 아니면 회생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지에 따라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숫자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재무제표는 '승인'이 필요한 것이지요.
요약하면 비덴트가 발표한 빗썸의 요약 재무제표는 '최종적으로 확정되기 전'입니다.(다만 비덴트가 공시한 빗썸의 실적이 잘못됐다면, 그들 스스로도 잘못된 공시 내용을 정정해야 하고, 페널티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요약'인 관계로 매우 간략합니다. 따라서 빗썸이 최종적으로 발표할, 자세한 재무제표가 담긴 감사보고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빗썸의 감사보고서는 언제 나올까요?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상으로 주주총회 이후 2주일 내에 감사보고서를 증권선물감독위원회와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의 공시사이트에도 그 2주일 이내에 공시됩니다. 주총이 3월30일이었으니, 감사보고서는 4월13일까지 나와야 합니다.
빗썸 이외의 다른 거래소들의 감사보고서도 나올 예정입니다.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 2조에 외부감사의 대상 법인을 규정했는데요. 몇 가지 예외가 있지만, 대체로 자산 120억원 이상 규모의 법인이 외부감사를 받고,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외부감사는 회계법인이 실시하죠.
솔직히 어느 거래소까지 이 법에 해당될지 의문입니다. 거래규모를 감안하면,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은 당연히 들어갈 것이구요. 코인네스트와 고팍스 등도 해당될지 궁금합니다. 여튼 2주일 내로 최소 4곳의 감사보고서가 시장에 공개됩니다. 당연히 저의 분석 대상이기도 합니다.
제가 거래소의 감사보고서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고객의 돈을 보관하며 거래를 중개하는 거래소들이 정직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하기 때문이죠. 이것과 관련해 암호화폐를 어떻게 회계처리하는지, 보유한 암호화폐 자산이 얼마나 되고, 그 암호화폐 자산은 어떻게 형성한 것인지, 본인들의 매출 이외에 보관 중인 고객 자산도 감사보고서에 담기는지 등등, 다양한 의문점들이 파생되는데요. 사실 재무제표에 드러나는 것으로 풀 수 있는 의문점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앞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풀어나가는데 기초로 삼을 공개된 첫 자료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아마 스팀잇에서 활동하는 분들은 암호화폐 투자 중이거나, 경험자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관심과 견제가 없으면, 그 어떤 것도 스스로 투명해지기 어렵습니다. 물론 거래소들도 스스로 투명성을 높여 시장의 신뢰를 얻으려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스팀잇 사용자분들이 암호화폐 거래소의 투명화, 건전화에 관심을 갖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습니다. 저도 저 나름대로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