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티미언 여러분! (빼꼼)
오랜만에 돌아온 요아()입니다.
스팀잇을 통해 자존감을 지키고, 그렇게 쌓은 자존감으로 에디터 일을 하다 다시 복학해 다시 또 요렇게 돌아왔습니다..♥
본격적으로 에세이를 올리기 전, 정성과 진심을 담았던 그림책 추천글을 올려봅니다 :)
(보팅 X 광고 X!)
“방문자들은 매일 이곳으로 와서
그들이 살았을 때 그들의 별에 놓고 온 것을 보고 갔다.”
PICTURE BOOK『안녕』
창비/2만 2000원
소중한 누군가를 떠나보낸 그대에게
훗날 난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날 사랑해주는 모든 이들로부터 떠날 예정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야속하게도 나만 이별을 선고받는 편인데, 일곱 살부터 마음을 준 진돗개 장군이를 사진으로만 만나야 하는 일이나 이십 년을 지냈던 할머니와 다신 말할 수 없는 일, 대학생이 되면 함께 클럽을 가자고 했던 고등학교 친구 K와의 지킬 수 없는 약속들이 있다.
찻잔과 시계, 크레파스와 일회용 컵이 사람처럼 움직이는 별에서도 이별을 겪은 누군가가 있다. 사람인가 하면, 당연히 땡. 주인공은 뽈록 나온 뱃살이 매력적인 소시지 할아버지다. 할아버지는 홀로 당신을 키웠던 엄마를 보낸 후 큰 상실감에 빠져, 몸보다도 커다란 곰돌이 인형을 집에 들이거나 망연히 같은 길을 배회하곤 한다.
그러다 인기 없어 쫓겨난 강아지를 만나지만, 이미 한 차례 헤어짐을 겪은 소시지 할아버지가 선뜻 누군가를 맘에 들이긴 어려운 일. 하지만 괜스레 신경이 쓰여 캄캄한 어둠 속에 스쿠터를 끌고선 강아지를 집에 들인다. 이후엔 소시지 몸이 먹힐까 우주복을 사 입는 귀여운 장면이 잇따라 펼쳐진다.
그렇게 살짝 위험하지만, 서로의 빈자리를 찬찬히 채우는 둘. “그렇게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주름진 웃음을 지으며 강아지를 끌어안는 할아버지를 마지막으로 우린 또 한 존재를 떠나보낸다.
난 죽음을 마주할 때마다 사후세계를 생각한다. 천국이나 지옥부터, 윤회니 환생 같은 것들. 여기, 『안녕』의 사후세계는 그들이 살았을 때 두고 갔던 소중한 인연들을 볼 수 있는 스크린이 놓인 곳이다. 소시지 할아버지는 스크린을 통해 홀로 있을 강아지를 지켜보고, 난 소시지 할아버지처럼 날 보고 있을 누군가들을 떠올려본다.
헤어짐엔 여러 종류가 있다. 결별, 석별, 작별같은. 슬픔의 우열을 가릴 순 없지만 가장 먹먹해지는 건 사별이다. 더군다나 “이제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라고 말하는 의사도 없이 헤어졌다면 괴로움에 잠에 들 수도 없다.
할머니가 사고로 돌아가시기 전날, 아빠는 할머니와 큰 말다툼을 했다. 문을 세차게 닫은 할머니의 뒷모습이 아빠에겐 마지막이었던 셈. 그 이후 난 모든 이들을 마지막으로 보듯 노력한다. 진심도 그때그때, 사랑도 바로바로. 하지만 맘처럼 되진 않는다. 오늘 풀기엔 버거운 화도 있고, 찌질해 보일까 속마음을 터놓기도 어렵다.
소시지 할아버지가 엄마를 보냈듯, 강아지가 할아버지를 보냈듯 우린 앞으로도 많은 이들을 보내야 한다. 만약 진심을 말할 새도 없이 누군가를 떠나보냈어도, 그 누군가는 스크린으로 당신을 바라보며 앞날을 응원할 테다.
소중한 이를 잃은 그대에게 추천하는 그림책, 안녕.
+)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슬플 때마다 억지로 밖을 나서는 이들에게
지금까지 난 남자친구와 헤어질 때면 다른 만남들로 캘린더를 채우고, 가족과 싸운 후엔 억지로 인파 넘치는 장소를 찾았다. 이불 속에서 끙끙 앓는다면 내 작은 일상까지 모두 무너질 것 같아서. 그러니 바람을 쐬고, 최대한 다른 생각을 해보고, 내적 댄스 유발하는 노래들로 시간을 보냈다. 뭐든 그렇게 두 달만 지내면 무뎌졌으니 나름 건강하게 감정 컨트롤을 하는 편이라고 단정 지었다.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은 이제껏 내가 제대로 마주치지 않았던 감정을 다시 돌아보게 한 책이다. 친구를 위로하다가도 내가 지금 뭘 말하고 있는지 고민하느라 툭 끊겼던 이유를, 시간이 지났는데도 왜 같은 이유로 우울했는지에 대한 답을 얻었다.
그간 슬픔을 만날 때마다 이리저리 도망 다녀서는 아니었을지. 그러니 내가 무엇보다도 먼저 배워야 할 건 무례한 사람에게 대처하는 법이 아닌 타인의 슬픔에 지겨움을 느끼지 않는 법이 아닐까 싶었다. 전 연인에게 했던 “네가 아픈 만큼 나도 아프다”라는 말은 말도 안 되는 얘기었겠구나, 라며 뜻하지 않게 자기반성을 하기도 했고.
이젠 타인의 감정에 진심으로 공감하기 위해서도,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후에도 문득문득 울컥하지 않도록 충분히 내 슬픔을 애도해야겠다. 이젠 눈물 날 때마다 수면 잠옷 입고 온전히 감정을 마주해야지. 일면식 없는 타인의 슬픔도 그냥 지나치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