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롭고 여유로워 보이는 시골마을을 지나, 늘 들르던 편의점 앞에 차를 세웠다.
봄철이라 농가는 분주 하지만, 미세먼지도 덜한 맑은 하늘의 작은 농촌 마을은, 조용하고 편안했다.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니, 이번엔 떠들석 하다.
편의점 길 건너편의 작은 초등학교...
운동회가 열리고 있었고, 형형색색 만국기가 눈에 들어왔다.
편의점 : 오랜만이시네요 ^^ 오늘 또 도시락 드시게?
반갑게 맞이 해주는 편의점 주인장. ^^
자주가는 거래처 방문을 위해 가다보면 이 길을 늘 지나게 되는데, 편의점으로 간판이 바뀐 후론, 이 주인장이 늘 반갑게 맞이 해줬다. 주변에 적당한 식당이 없어, 종종 이곳에서 도시락을 사서 먹곤 하는데, 이런 저런 말을 붙이며, 음료수를 서비스로 주기도 했다.
쟈니 : 사장님, 오늘 학교 운동회 하나봐요?
편의점 : 네..우리 어릴 땐 가을에 했는데, 요새는 봄에 하네요. 그나마 오늘 미세먼지 없어서 다행이지....
그러고 보니, 그랬다. 미세먼지 많은 봄에 운동회라니...미세먼지 덜한 가을에 하면 좋을 것을...내가 어릴 때도 가을 운동회였는데..
쟈니 : 날씨도 덮고, 커피한잔 마실까 들렀어요. ^^
커피 두개를 계산하고, 하나를 내미니, 황당해 하는 표정...
쟈니 : 하나는 사장님꺼...하나는 제꺼...ㅋㅋㅋ 미팅 가는데 좀 일찍 도착해서, 저랑 좀 놀아 달라는 뇌물입니다...^^
이 분은 참으로 친절이 몸에 배인 사람이다. 동네 어르신들이 오면 붙임성있게 인사도 하고, 가게 앞 의자에 앉아 말동무도 되어주며, 문 걸어 잠그고 무거운 짐도 날르다 주는 동네 일꾼 같은 느낌이랄까...
쟈니 : 시골이라 24시간은 운영 안하실거 같은데, 그런가요?
편의점 : 아침 6시 부터 새벽 1시까지만 해요. 오픈하고 오후 5시까지하고 그 후는 근처에 사는 알바생이 하구요. ^^
쟈니 : 근처에 구멍가게도 없고 다른 편의점도 없고, 완전 독점이네요. 매출은 좋으시겠는데요? ^^
편의점 : 그냥 먹고 사는 정도죠 뭐.ㅎㅎㅎ
쟈니 : 원래 이 동네가 고향이세요? 오랫동안 하신듯한데,
편의점 : 아니에요. 고향은 서울인데, 어쩌다 보니, 여기에 가게를 내게 됐네요. ^^
편의점 운영은 2000년도 부터 시작해 10년간 운영을 했다고 한다. 주점들이 많이 있는, 나름 번화가에서 했는데, 24시간을 운영했고, 주변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다른 브랜드의 편의점과 술에 취한 진상 손님들을 맞이 하다보니, 성격도 날카로워지고, 몸도 많이 좋지 않았었다고 한다.
한가지 일을 오래 하다보면, 자연스레 지치는 법. 24시간 연중무휴 라는 것이, 잠자는 시간 외엔 휴일도 휴가도 없기에, 갑갑한 그 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극에 달했다고 한다.
편의점 : 그래서 편의점을 정리하고, 마음껏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에, 관광버스를 했죠. 평일엔 아침 저녁으로 기업체 통근 버스를 하고, 주말이나 여행시즌엔 관광객들을, 경치 좋은 곳으로 모셔 가구요. ^^ 관광회사에 소속이 되어서 쉬는 날도 있고 해서 재미있게 일했죠. 수입이야 편의점 할 때보다 적었지만, 마음은 한결 좋았네요.
쟈니 : 그런데 왜 다시 편의점을...?
편의점 : ㅎㅎㅎ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10년간 편의점 운영하고 잠시 외도(?)를 했지만, 결국엔 여기로 왔네요. 꼭 수입 때문만은 아니지만, 오고가는 동네 주민들과 이야기 하는게 좋아서 다시 하나 봅니다. ^^ 운전하는 직업은 오래 못 할 일이다 싶었죠. 사고 위험도 늘 있고,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하는데, 운전은 외로운 직업 이거든요. 특히나 관광버스 운전은 더더욱..
편의점 사장님과 가게 밖 의자에 앉아서 한가로이 이야기를 나눈다는게, 어디 흔한 일이겠는가? 그는 분명, 사람들과의 대화를 나누길 좋아했고, 그의 밝은 톤과 친근감 있는 목소리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다.
쟈니 : 그런데 왜 하필 이런 시골에서 하세요? 장사 잘되는 번화가나 아파트 단지 근처에서 하시지...
편의점 : 만약 그랬다면, 지금쯤 우울증에 걸렸을 겁니다 ㅎㅎㅎ 다행인지 불행인지, 돈 욕심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오가는 손님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동네분들과 이렇게 지내는 게 좋아요. 부모님을 일찍 여위어서 그런지 어르신들하고 이야기 나누는게 좋네요. ^^ 그리고 학교앞 이라, 아이들도 찾아오고 하니까 활기도 넘치고...
예전에, 아이들이 와서 라면을 사니까,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 주면서, 맛있게 먹으라고 하곤, 옆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마치 학교 다녀온 아이에게 오늘은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나며 귀담아 들어주는 아빠처럼...
쟈니 : 저번엔 아이들 라면 먹을 때 김치도 꺼내 주시던데, 정말 정이 많으시네요. ^^
편의점 : 그 김치, 동네 어르신이 주신거예요. ^^ 저도 먹고, 아이들에게도 나눠주고, 오시는 손님들께도 조금씩 나눠드리고...제가 정이 많은게 아니라, 동네 주민분들이 정이 많으신거죠. ^^ 그리고 아이들도 착해서, 한번은 아이들이 체험학습 다녀 왔다면서, 직접 만들었다며, 쿠키를 주고 가더군요...ㅎㅎㅎ 어쩜 그리 기특하고 귀여운지...ㅎㅎㅎ
이야기를 듣다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
비록 내 일도 아니고, 내가 겪은 경험도 아니지만,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그저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스팀잇에도 이런분들이 많이 계시는거 다들 아시죠? ^^)
이 편의점 사장님은 그런 것이 좋아서 또 배풀고, 그 배품이 돌아돌아 결국엔 자신에게 온다는 걸 알고 있다. 결코 무언가 얻으려고, 또 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닌, 그저 나누고 함께 하는 것이 좋아서, 조용한 시골마을의 사랑방 같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것 같다.
멀리사는 내가 우연히 들렀다가 (사실 주변에 딱히 갈곳이 없어 오긴 했지만) 이렇게 단골아닌 단골이 된 걸 보면, 한번을 가도 다음에 또 오고 싶은 마음이 들께 끔 하는 건, 결국 사람 때문이 아닐까?
차로 10여분을 가면, 가격이 더 저렴한 큰 마트가 있지만, 그 마트에는 없는 사람냄새 진하게 풍기는 깊은 정이 이곳에 있기에, 캔 커피 한잔을 마시더라도, 이곳에 차를 세운다.
쟈니 : 사장님, 그리고 이거...
편의점 : 이게 뭐에요?
쟈니 : 보온병이랑 비타민C ^^
편의점 : 뭘 이런걸...아녜요... 됐어요...
쟈니 : 저희 회사에서 받은 건데, 보온병은 집에 있기도 하고, 비타민은 선물로 받았는데, 혼자 먹기엔 너무 많아서 주변 분들과 나눠 먹으려구요...이건 사장님꺼라라 일부러 챙겨왔거든요. ^^ 일부러 가져 왔는데, 퇴짜 놓으시면, 저 여기 안 올겁니다...이거 협박 맞구요...ㅎㅎㅎ
별것 아닐 수도 있겠지만, 진정 반갑게 인사며, 손님을 맞이 하는 그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그가 그렇게 살고 싶어하는 삶을 살아서 행복한 것인지, 행복해 지고 싶어서 그렇게 사는 것인진 몰라도,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그의 모습은, 분명, 그를 더욱 더 행복하게 만들 것이라 감히 장담해 본다.
이윤보다 사람을 남기는 것...
어쩌면 그는 진정한 사업가이며,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커피 한잔 마시는 동안 손님이 한 명도 찾아오지 않았던 느긋한 오후의 조용한 시골마을...
거래처 미팅을 향해 가는 무거운 발걸음이 그와의 소탈한 대화로 한결 가벼워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