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을 자고 일어나니 비가 오고 있네요.
적당히 습기를 머금은 공기도, 떨어진 빗물을 밟고 달리는
자동차 소리도, 부슬부슬 내리는 빗소리와 함께 뭔가 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커피 한잔 마시면서 창 밖을 내다 보면서, 남아있는 잠도
마저털어 내고, 아이들을 미술교실에 데려다 주곤,
Gym에서 흐느적 거리며 운동하는 척하곤 나왔습니다.
어차피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하기에, 비오는 거리를 걸으며,
동네를 둘러봅니다.
비맞고 있는 나무며, 길거리 우체통이며,
늘 바쁘게 오가는, 매일 다니는 길에 언제나 있던 것들을
찬찬히 살펴봅니다.
얼마전 님의 포스팅에 "여유"에 대한 글을 읽고 댓글을
단적이 있는데, 오늘은 그런 여유를 부려보는 날인가 봅니다.
비가 오니 괜히 조금은 느려지고, 차분해지네요.
다음주 출장 준비로 지난 며칠 바쁘게 보냈는데, 준비가 끝나서
그런지 더더욱 여유로운 휴일입니다.
이발도 하고, 작은 동네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 시켜 놓고,
길가 테라스 처마밑에 앉아 비오는 거리를 보고 있습니다.
'아...여기가 내가 사는 곳이구나...'
이곳으로 이사온지 4년이 넘었지만, 가끔씩 이렇게 여유를 부리며
오가는 사람들과 거리를 보면, 문뜩 낯선 느낌이 들때도 있습니다.
내가 사는 곳의 풍경 보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모니터를 더 자주,
더 오래 보면서 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여느 동네와 크게 다를것 없는 곳이지만, 비오는 날 풍경을 느긋하게
바라보던 때가 언제였던가 싶습니다.
아이들을 데리러 갈 시간이 다 됐네요.
엄마의 생일선물 사러 갈거라며 한껏 들떠있는 아이들과 선물가게에
들렀다가, 꽃을 사러 가볼까 합니다. 그러고 보니, 아내 생일날 꽃을
준 적이 한번도 없었네요. 비가 오니 괜히 낭만낭만 해집니다. ^^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이웃님들도 즐겁고 행복한 주말이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