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빠진다. 이런 차트와 시세 현황판을 보고도 냉정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패닉셀이라고 하나 보다. 글을 쓰면서 잠깐 봤을 뿐인데 아찔하다. 그러니 전 재산 올인하고 온종일 시세만 확인하는 분들이 겪을 멘붕은 이해하고도 남는다. 나도 한 때 그랬으니까.
지금 내 코인 현황은 이렇다. 두 개는 안전한 수익권이고 두 개는 완전히 물려 버렸다. 더 빠지면 서운한 상황이다. 정확한 계산은 아니다. 원체 숫자를 좋아하지 않는 데다 정확히 계산하면 마음만 아플 것 같아서다. 그래, 이건 회피다. 이미 물렸는데 정확한 숫자를 안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나같은 코린이는 이런 상황에 어설프게 움직였다가 코인 개수만 잃을 뿐이다.
사다리를 걷어차였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옹졸해진 나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투기 광풍? 사회 안전보장망이 제대로 작동하고, 수저에 따른 계급 구조가 어느 정도 타파된 사회면 정부가 사정해서 투기를 하래도 안 한다. 유럽인들이 코인을 우리만큼 안 하는 이유가 돈이 없어서인가? 코인에 열광하고 스팀잇에 열광하는 나라가 대부분 심각하게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안고 있는 후진국이라는 건 무슨 의미인가.
글을 쓰는 와중에도 떨어지는 시세를 보며 잠시 흥분했다. 원래 하려던 말은 이게 아니다. 내가 아무래도 인지도가 떨어지는 유저라 그런지 아무도 내 지갑에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아 먼저 고백한다. 사실 얼마 전에 100스달 정도를 인출했다. 스달 버는 족족 파워업 하기로 다짐했건만 나도 결국 그렇게 됐다. 한국 업체에서 받기로 한 대금이 오늘로 3주째 밀린 탓에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 그걸로 어제 방세를 냈다. (너무 비난만 하지 마시라. 그래도 이후 100 스달 이상 파워업했으니까)
그 업체는 또 다른 업체들로부터 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내 생각에 그 업체들, 코인에 넣었다가 물린 상황이 아닐까 싶다. 정부나 코인 반대자들은 거 봐라, 이런 부작용이 있으니 코인은 금지하는 게 마땅하지 라고 할 테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중소기업들이 정상적으로 경쟁해서 살아남고 회사를 운용할 수 있는 사회면 그런 도박을 하겠나. 이미 사다리를 타고 루프탑에 올라 꿀 빨고 있는 자들이 알기나 할까. 매일 같이 워킹데드를 찍는 사다리 밑 생활을.
나도 루프탑 위에서 꿀 빠는 작자 아니냐고? 외국에서 유학&거주한다고 하면 금수저나 은수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확률적으로 맞는 얘기다. 내가 여기서 만난 한국인들 중 은수저 이하는 없었다. 자기가 스뎅수저라고 말하는 애들은 부모가 최소 억대 연봉자고 지역 유지다. 체류비만 학비 포함 1년에 5천 이상은 거뜬히 낸다. 필요할 때마다 한국이나 미국을 옆집 가듯 오간다. 흙수저라고 말하는 애들도 방학 때마다 해외로 여행갈 경비는 따로 있다. 제일 좋은 건 알바조차 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쟤네 기준이 이상한 건지 내 기준이 이상한 건지 모르겠다. 본가에 빚은 없으니 나는 최소 스뎅수저쯤 된다 믿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어쩌다 이곳에서 대부 역할을 할 때마다 저런 괴리 때문에 좀 난감하다. 아니 뭐 내가 금전적 지원을 하는 건 아니니까 엄밀히 말하면 곤란한 건 아니다. 내가 주로 하는 일은 이야기를 듣는 거다. 내가 또 들어주는 건 잘하는데 내 말을 하는 게 귀찮을 때가 많아서다. 그래서 술 한 잔 해도 자기 말을 술술 꺼내는 애들과 마시는 게 편하다.
그러다 보면 필연적으로 하소연을 듣게 된다. 주로 막막한 진로와 연애 상담이다. 아 ㅆㅂ. 고민을 털어놓는 건 해답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감을 요구하는 거라고 어떤 놈이 그랬나?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즉 먹고 자고 입는 걸 해결하려고 죽기살기로 아둥바둥하는 것과 보장된 최소한의 존엄 위에 '자신의 존재 가치'를 더하려는 것이 같은 수준의 고통일까? 부자들이 하는 고민도 우리와 다름 없다고, 고민의 크기와 무게는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고 하는 인간들은 누구인가? 그럼 종합병원 가서 내 감기의 고통이 저 폐암 환자와 상대적으로 같으니(혹은 크니) 나부터 치료해 달라고 우겨 볼까? 어쨌든 밥은 먹을 수 있으니 수저 색깔이 무슨 상관이랴- 그렇게 말하는 자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그럼 지붕에서 한 번 내려와 봐."
지금 보니 시세가 조금 회복됐다. 데드캣일까? 그런 것 같다. 살아있는 고양이를 키우는 것도 돈이 든다. 흙수저는 죽은 고양이나 어루만질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