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O나라 짝퉁과 저작권, 초상권
안녕하세요. 최근 재미있는 판결이 하나 선고되었습니다. 짝퉁 판매업자가 블로그에 올라온 진품 협찬 모델사진을 무단으로 이용한 사건인데요. 그 동안 말씀드렸던 저작권과 초상권 종합세트 같은 느낌이라 간단히 소개해볼까 합니다 :)
짝퉁과 저작권, 초상권
중O나라에서 S사 짝퉁 선글라스를 판매하는 A씨. 선글라스를 많이 사게 하려면 그럴듯한 사진을 걸어야 하는데, 짝퉁이다보니 사진을 구하기 어려웠나봐요. 그렇다고 본인이 선글라스를 쓰고 광고사진을 찍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고민 끝에 A씨는 구글링을 시작했고, S사로부터 선글라스를 협찬받아 셀카를 찍어 올린 모델 B씨의 블로그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곤 아무 허락도 없이 그 사진을 짝퉁 선글라스 광고에 사용했고, 그 짝퉁 선글라스는 중O나라에서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A씨가 그 사진을 사용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어느 날, 모델 B씨는 자기가 블로그에 올린 셀카 사진이 위 짝퉁 광고에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깊이 분노하여 A씨 등을 상대로 저작권 및 초상권 침해 등을 이유로 1억 2,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얼마나 기분이 나빴을까요? 아니, 내 셀카를 마음대로 쓰다니, 그것도 짝퉁 광고에!
피고의 항변
A씨는 위 소송에서, 단순히 선글라스를 쓰고 셀카를 찍은 사진에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그 사진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법원의 판단
1.저작권침해
우선, 법원은 다음과 같이 선글라스를 찍은 셀카 사진의 사진저작물성을 인정했습니다.
"사진저작물은 피사체의 선정, 구도 설정 등의 과정에서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돼야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 B씨의 사진은 선글라스의 모양과 색상 등에 맞춰 립스틱 등 색상을 선택해 화장을 하고 스타일, 표정 등을 연출하는 등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반영된 독창성 있는 사진저작물에 해당한다(2016가단5138223)".
나아가 법원은 "B씨의 허락 없이 소위 짝퉁이라고 불리는 저가의 가품(假品) 선글라스의 소개·광고를 위해 B씨의 사진을 이용한 것은 저작재산권 침해는 물론 B가 제품 협찬 모델로 활동한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방법으로 저작물을 이용하는 행위로서 저작인격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며, 저작재산권 뿐만 아니라 저작인격권의 침해까지 인정했습니다.
(참고로 저작권은 크게 저작자가 저작물을 스스로 이용하거나 다른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허락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올릴 수 있는 "저작재산권"과, 저작물에 대하여 가지는 인격적·정신적 이익을 보호하는 권리인 "저작인격권"으로 구분되는데, 법원에서는 A씨가 이러한 두 권리 모두 침해했다고 본 것입니다)
2.초상권 침해
B씨의 얼굴이 나온 사진을 저렇게 가져다 썼으니 초상권 침해는 당연히 인정되었습니다. 선글라스를 쓰긴 했지만 B씨임을 알아볼 수 있었거든요.
"A씨 등이 사진 속 인물이 B임을 식별할 수 있는 사진을 인터넷에 게시해 영리 목적으로 사용한 것은 초상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3. 워터마크와 경고 문구
그런데 법원은, 위와 같이 저작재산권, 저작인격권 및 초상권 침해를 인정하면서도, "B씨도 사전에 복제 방지를 위해 워터마크와 경고 문구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액을 일부 경감, A씨 등은 B씨에게 총 1,04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B씨에게도 마음대로 사진을 퍼가게 한 데 일부 과실이 있다고 보아 손해배상액을 일부 깎아준 것입니다.
이 부분 판시내용에 비추어보면, 본인의 사진 등을 다른 사람이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 무단 전제 및 재배포 금지 등 경고 문구를 블로그에 올려두는 것도 나중에 책잡히지 않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물론 그런 경고 문구를 올리지 않더라도 이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초상권과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만, 위 판결과 같이 손해배상액이 일부 줄어들 수 있으니까요)
한 줄 요약
블로그에 올린 사진을 무단으로 짝퉁광고에 이용할 경우 저작재산권은 물론, 저작인격권과 초상권 침해까지 인정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