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수익으로 얻은 가상화폐와 '몰수'
[법률상식] 비트코인을 몰수할 수 있을까? 후속 글입니다.
안녕하세요. 드디어 오늘, 음란사이트를 운영하여 얻은 216 비트코인을 몰수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지난 포스트에서 말씀드린 1심 판결에서는 위 216 비트코인은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이고 객관적 기준가치를 상정할 수 없어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보아 이를 몰수하지 않았고, 덕분에 위 음란물 사이트 운영자는 감옥에서 수십억 원의 평가차익을 얻고 있었는데요.
이에 검찰이 항소했고, 위 피고인은 대형로펌 가운데 한 곳을 변호인으로 선임하여 몰수할 수 없다고 적극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의 판단
법원은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몰수의 대상을 물건에 한정하지 않고 현금, 예금, 주식, 그 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이익 일반을 의마한다. 비트코인은 물리적 실체없이 전자화한 파일 형태이지만, 물리적 실체는 없다 해도 거래사이트를 통해 환전이 가능하고 가맹점을 통해 재화나 용역을 살 수 있어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보아 원심을 깨고 범죄수익으로 얻은 191.32 비트코인을 몰수하라고 판결했습니다(현 시세 약 24억 원).
법원은 게임머니도 구 부가가치세법상 재화에 해당한다는 점, 비트코인은 기술적 특성상 무한정 생성, 복제할 수 있는 다른 디지털 데이터와도 다르고, 이미 미국, 독일, 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 비트코인을 몰수한 사례도 있다는 점, 피고인이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취득한 비트코인 일부를 현금으로 환전해 상당한 수익을 봤다는 점, 압수한 비트코인을 피고인에게 돌려주는 것은 이 사건을 통해 얻은 이익(범죄수익)을 그대로 보유토록 하는 것으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정 취지에 비춰 불합리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하였고, 피고인이 보유한 비트코인은 현재 수사기관이 생성한 전자지갑에 이체되어 보관하는 방법으로 압수되어 있는데, 그 이체기록 등이 공시되어 있으므로 압수된 비트코인 몰수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한편, 지난 1심 판결에서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216 비트코인 중 범죄수익에 해당하는 부분만을 특정하기도 어렵다"며 이를 추징하지도 않았는데요. 그러니까 피고인 지갑에 비트코인이 있긴 있는데, 이를 범죄수익으로 얻은 것인지가 불명확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판결에서는 "피고인은 음란물 사이트 회원 등에게 비트코인의 전자주소를 알려줘 전달받았다"며 "이런 기록은 압수된 비트코인에도 남아있어서 결국 사이트 운영으로 올린 수익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하며, "검찰이 압수한 216 비트코인 가운데 피고인이 음란물 사이트 회원에게 비트코인의 전자주소를 알려줘 전달받은 기록이 있는 191.32 비트코인은 사이트 운영에 따른 범죄수익으로 인정된다"고 보아 이를 몰수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18. 1. 30. 선고 2017노7120 판결).
결국, 모든 거래기록이 남는 블록체인 기술이 위 피고인의 발목을 잡은 셈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한 줄 요약
범죄수익으로 얻은 비트코인 역시 재산적 가치가 있으므로 몰수할 수 있습니다. 피고인은 현재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고 복역중인데요. 출소 이후 비트코인으로 새 삶을 영위하려던 꿈이 오늘 항소심 판결로 날아가버린 것 같습니다. 모든 거래 기록이 남는 블록체인이 그의 발목을 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