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대책과 헌법소원
가상화폐 정부 대책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현직 변호사가 실제로 지난달 30일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가상 계좌 신규발급 전면 중단 등을 골자로 한 정부의 '가상통화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 재산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합니다.
헌법소원심판이란?
헌법은 국가의 기본적이고 으뜸가는 법이므로 대통령,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등 모든 국가기관은 모든 통치권의 행사에서 헌법을 준수해야 하는데요. 헌법소원이란 공권력에 의하여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에 헌법재판소에 제소하여 그 침해된 기본권의 구제를 청구하는 제도입니다. '자기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당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청구할 수 있습니다.
거래소폐지와 헌법소원
공권력에 의한 기본권 제한은 흔히 있는 일입니다. 국가의 토지수용이나 각종 부동산 대책 등은 모두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조치이고, 예컨대 금연구역 지정조치는 국민의 흡연권을 제한하는 것이고요. 문제는 그러한 기본권 제한이 헌법적으로도 허용되는지 여부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행정부, 입법부 등 모든 국가기관은 헌법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헌법이 설정한 한계를 넘어선다면 그와 같은 공권력 행사는 위헌판정을 받게 됩니다.
헌법에서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필요한 경우 제한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그 제한의 한계를 다음과 같이 설정하고 있는데, 이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과잉금지원칙(비례원칙)'이라고 합니다.
대한민국헌법 제23조
①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②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제37조
②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과잉금지원칙(비례원칙)
과잉금지원칙은 개인의 재산과 자유에 대한 국가 공권력의 침해를 제한하는 법적 원리이며, 그 세부기준으로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그리고 법익균형성이 있습니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여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입법을 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기본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따라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함에 있어서는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그 목적달성을 위한 방법의 적절성, 피해의 최소성, 그리고 그 입법에 의해 보호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기본권 사이의 균형성을 모두 갖추어야 하며 이를 준수하지 않은 법률 내지 법률조항은 기본권제한의 입법적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헌재 1990. 9. 3. 89헌가95, 판례집 2, 245, 260).
가상화폐 거래소폐지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될까?
가상화폐 거래소폐지는 국민의 재산권 등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그 제한이 헌법적으로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하며, 이 가운데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한다면 이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특히 문제되는 것은 '침해 최소성' 및 '법익균형성'입니다.
침해 최소성: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동등하게 적합한 여러 수단 중에서 개인의 자유를 가장 적게 제한하는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는 요청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공공의 목적을 위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 10의 힘만 쓰더라도 그 목적달성이 가능하다면 10의 힘만 써야지, 50의 힘을 써서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법익 균형성: 적합하고 필요한 수단이 초래하는 기본권 제한의 정도는 추구하는 목적(공익)의 중요성이나 비중과 적정한 비례관계에 놓여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현재로서는 가상화폐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조차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어떻게 판단할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만약 가상화폐거래소 폐지와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동일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덜 침해적인 수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 최소침해성 및 법익균형성이 인정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가 위헌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변호사는 헌법소원 청구서에서 "가상화폐는 화폐가 아니어서 애초 정부의 금융감독 대상이 아니다"며 "화폐와 같은 규제가 필요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해도 균질성을 가진 다른 상품들도 규제해야하는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의 규제 발표 이후 가상화폐 시장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며 "이는 초법적 조치에 의한 재산권 침해이고 통상적 상품이나 자산에 해당하는 가상화폐는 국민이 정부의 규제 없이 자유롭게 원하는 방식에 따라 거래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8일 국무조정실장에게 '사실조회'를 보내 정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가상통화 거래소 관련 가상화폐 발급·제공 중단' 조치의 구체적 경위를 답해달라고 요구했고, 또 이 같은 중단 요청의 근거 법령이 무엇인지도 5일 이내에 회신해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헌법재판소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