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이야기를 쓰면서 간호사 이야긴 넘 무거워서 잘 못쓰고 있다고 말했더니 님께서
가벼운 주제부터 풀어놔주세여 ㅎㅎ
간호사=주사 아파요 같은것들요 ㅋㅋ
라고 말해주셨다.
간호사=주사 아파요.. 는 뭘까? 생각하면서 한참 웃었다.
그러다 님의 글을 읽게되었다. 간호대 학생이신 타나마님이 정형외과 병동 실습에서 있었던 일들을 적어 놓으셨다.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 간호 진단...
학생때 무지 하기 싫었던걸로 기억난다.
케이스 스터딘 실습하는 곳 환자 한명을 선택해 전반적으로 조사를 하고 간호진단을 내려 문제를 해결하고 보고서를 작성하여 교수님이나 조교선생님과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실습 초일땐 멋도 모르고 어렵거나 잘 보지 못한 질병 case가 있으면 그걸 선택해 하곤 했는데. 그렇게 되면 좀 간호문제를 도출해내기도 힘들고 해결은 커녕 진단도 힘들다. 그래서 점점 시간이 갈수록 그 병동에 주로 보이는 질병이나 수술 case, 그리고 말이 좀 잘 통하는 환자를 선택해 case study를 하는 요령을 터득하게 된다. (난 그닥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 아니었으므로..)
대학교 3학년이 되어 시작한 나의 첫 실습 장소는 산과 병동이었다. 지금은 너무나 나에게 익숙한 곳이지만.. 그땐 아무것도 몰랐고, 마냥 무서웠다.
그래도 그곳은 환자로 오는 것 보다 아이를 낳으러 오는 것이라 분위기도 괜찮았고 환자들도 보호자들도 기쁜일을 맞이한 사람들이라 기본적으로 정서적으로 그렇게 모났던 분들은 없었던걸로 기억한다.
첫번째 나의 케이스 스터디 상대는 C-sec (제왕절개)을 한 산모였다. 나이는 30대 중반으로 기억한다. 그분의 고민을 들어보니 출산한지 얼마 안됐는데, 출근을 해야해서 모유수유를 못하는 이유로 젖을 말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22살의 어린 나이에 왜 애기를 낳자마자 출근을 해야하는것이며, 모유수유는 왜 못하는걸까? 그게 그 산모에게 어떤의미일까? 라는 의문따윈 갖지 않았다. 난 다른 사람의 개인사와 인생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터라.. 그냥 아.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다. 좀 더 깊게 생각할 줄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하다.
어찌됐건 출산 후 생성되는 모유를 아이에게 주기 시작하면 계속 나오기 때문에 약을 먹어서 생성되는 모유를 줄이기도 한다. 민간요법으로는 엿기름(식혜에 사용되는 재료)이 모유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여 많이들 먹는다고 한다. 생기는 걸 억지로 배출시키지 않고 그냥 두니 울혈이 생겨 젖몸살을 하기 쉽다.
사실 난, 젖몸살이 4호 출산 전까지만해도 남의 이야기였다. 그러다 4호 출산 후, 모유가 생성되는 양과 아이가 먹어주는 양이 차이가 나는데, 제대로 배출되지 않은 모유때문에 울혈이 생겨서 젖몸살을 앓았다. 열이 40도까지 오르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이 아팠다 추웠다 응급실까지 갔다가 결국 항생제 복용 후 괜찮아진 적이 있다. 4호라 내가 너무 방심했고, 귀찮아서 유선에 남아 있는 모유를 다 배출 시켜주지 않은 탓이었다. 유축기로 모유를 유축하는 일은 모유수유를 직접 하는것 만큼 고되다. 목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그래서 안했더니 더 고생을 했었다.
이런 젖몸살이 무서웠던 (그 분은 두번째 출산이었다. ) 산모는 젖몸살 할때 좋은 방법이 없을까? 를 물어보셨다.
학생간호사의 사명을 가지고, 그리고 어디선가 본 허접한 지식을 가지고 산모에게 대답했다.
양배추를 가슴에 올려놓고 있으면 좀 괜찮아진다고 합니다.
라고 대답을 하고 혼자 뿌듯해 하는것도 잠시..
양배추요? 그럼 양배추를 생으로 올려놔야 하나요, 아님 데쳐서 올려놔야하나요?
엉?? 생? 데쳐서??? 갑자기 나도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정확하게 모르겠으니 알아보고 그 다음날 가르쳐주기로 했다.
맘이 급해서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뒤져봤는데..
그땐 그렇게 자료들이 인터넷에 많지 않았다. 책을 찾아봐도 잘 모르겠고...
점점 초조해졌다. 내가 뭘 잘못 봤나? 분명히 어디서 봤는데?? 하면서 찾아봤는데 도저히 찾기 힘들어서 지도교수님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잘못된 선택이었다.
나의 지도교수님은 아동간호학 전문이었고, 무엇보다 미혼이셨다.
나이가 아무리 많고 간호학적 지식이 있다해도 미혼이면 출산 전후와 그에 따른 부수적인것들을 알기 힘들다는걸 그땐 몰랐지.
아니나 다를까, 그런 이야긴 처음 들어 보신다고....
아... 어떻하나.. 내일 말해줘야하는데...
결국 그 다음날이 되어 산모가 그 질문을 잊어버렸기만을 바라며 병실로 들어갔는데,
들어가자 마자 양배추에 대해 알아봤냐고 물었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아무래도 가슴위에 올려놓기 쉬우려면 데쳐야하지 않을까요?
란 별 말도 안되는 답을 해버렸다.
그 산모도 성격이 너무 좋으셨지... 자긴 생으로 해야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말을 들어보니 일리가 있단다.
산모님,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지금이야 스마트폰으로 그정도 간단한 정보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젖몸살 양배추" 이렇게만 검색어를 넣어도 많은 자료가 나온다.
물론 수많은 자료가 나오지만, 그걸 다 맞다고 하긴 힘들것 같다. 카더라 카더라를 정확한 정보인냥 적어놓은 블로그들도 있으니...
지금와서 이래저래 찾아보니 양배추는 냉찜질의 역할을 해주는 것이었다. 조리하지 않은 양배추를 한 잎 한잎 떼어 냉장고에 놔뒀다가 뜨거워진 가슴에 올려 놓아 열을 식히는 것이 포인트. 어떤곳에서는 유두 부분에 닿을 양배추 부분은 동그랗게 잘라내고 적용하라는 정보를 주는 곳도 있었다. 아마도 유두로 균이 들어가 염증을 더 일으킬 수 있으니 그렇게 하라고 한 것 같다.
뭐 어찌됐던 나의 첫 산과병동 실습은 엉터리 정보를 주었지만 무사히 끝났다.
지금 생각해도 부끄러운 일이긴 하지만 "학생이었으니" 라고 스스로 위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