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동료들과 밖에서 식사겸 술을 한잔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 자리가 어색할 수 밖에 없던 것이, 이런 자리 자체를 잘 참석을 잘 안했기 때문이다. 매번 매몰차게 자리를 피한 것은 아니었고, 어쩌다 한두번 가족들을 핑계로 참석을 안하였던 것이 나를 잘 부르지 않는 계기가 된 듯하다. 이번에는 또 거절하기가 미안해 참석을 하여 간단하게 술을 조금 먹게 되었는데 역시나 나에게 있어 술은 조금만 과하게 들어가도 영 즐겁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술을 먹고 난 다음에는 졸음을 주체할 수 없어 바로 잠에 들고, 자고 일어나서는 숙취의 고통에 시달린다. 두통은 계속 되고 양팔은 저린 듯이 아프다. '대체 팔은 왜 아픈가'에 대해서 몇 년을 고민해 보았는데 검색을 통해 어느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알코올 분해과정에서 생긴 젖산이 팔의 근육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한다. 모두에게 통용되는 것이 아닌 일부의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보이는데 이 젖산은 운동을 하고난 후 생성된 피로물질이라고 한다. 당연하게도 그렇다고 해서 술만 먹는다고 해서 팔이 운동한 것 마냥 근육이 붙지는 않을 터, 영 불편하기만 하다.
결국 난 이렇게 술로 인해 하루 생활을 빼앗겨 버렸다. 술을 마시느라 소비한 시간, 그 숙취로 인해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시간을 다 생각한다면 이 것은 엄청난 손해에 가깝다고 느낀다. 하지만 이로 인해 돈독해진 인간관계가 생성되지 않았느냐고? 아쉽게도 같이 술을 마신 이는 술자리에서만 친해질 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서먹서먹해지는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이다. 결국 이 사람과 술자리에서 쌓는 친분은 모래성이고 다음날 출근해서 다시 만나면 전날 쌓아놓은 모래성은 스스르 무너진 채 다시 서먹서먹한 관계가 되어버린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여태껏 이런 부류의 사람을 두 명 만났다.
그리고 꼭 그런 경우가 아니어도 평소 인맥에 관한 관념이 좀 부정적이라 집밖으로는 잘 나가지 않는 편이기도 하다. 어떤 집단에 가도 적응을 잘 하는 것처럼 보이는 특징이 있어 오해를 많이 받지만 사실 난 집에서 혼자 있거나 가족과 같이 있는 것을 즐긴다. 나는 끈기가 부족한 탓에 무엇이든 길게 하는 것을 잘 하지 못하는 편이다. 인맥 관리에서도 그렇다. 새로 누군가와 친분을 쌓아간다고 해도 그들과 오랜 관계를 맺기는 힘들다. 그런 결과를 뻔히 알기 때문에 애초에 새로운 사람과 친분 쌓기에 별 관심이 없다.
물론 술을 입에도 안대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 혼자 자기 전에 큰 맥주캔으로 한 캔을 먹고 자는 것을 즐긴다. 그 정도가 제일 기분 좋게 먹는 술의 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한캔을 먹어버리면 (합산 1000ml) 다음날 자고 일어났을 때 약한 두통을 느낀다.
이렇게 혼자 술을 먹는 것에는 장점이 있다.
- 치장하고 술먹을 장소를 오가느라 버리는 시간 소비가 없다.
- 내 맘대로 양 조절이 쉽다.
- 그리고 사랑하는 내 아들과 떨어져 있을 필요가 없다.
이런 장점때문에 더더욱 집에서 혼자 먹는 술이 더 맛있는지 모르겠다. 가끔은 아내가 술을 같이 마셔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지만 아내는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다. 사실 누가 보는 내 모습은 궁상맞아 보이기 딱 좋지만 그냥 이게 좋다.
이제서야 두통도 없어졌고 팔에 피로감도 느껴지지 않으니 너무 좋다.
역시 술을 혼자 먹는게 제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