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민성 대장증후군 (과민대장 증후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자극성 대장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만성 설사와 변비의 주요 원인이다. 기능적 장애일 뿐, 큰 병과는 아무 연관이 없다.
몸에는 딱히 이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배변 양상의 변화에 동반된 복통이나 복부 불편감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 기능성 위장관 질환으로 쉽게 말해 배가 아프면서 배변 습관이 불규칙해지는 병이다. 부차적으로 만성 피로와 우울증까지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지극히 더러운 얘기가 될 수도 있긴 하지만 이렇게 나의 지병 스토리를 하나 풀어놓음으로써 다사다난 했던 나의 인생사 스토리의 일부를 보고드리려 한다. 다행히 사진 첨부는 하지 않을 것이니 (무슨 사진?) 식사 중이어도 괜찮다.
대체적으로 전 인구의 10%가량 정도가 이 불치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의 경우 딱히 치료법도 없는데 대장대시경까지 실시해 확진을 받아봐야 별 이득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병원에는 가지 않았다. 주변사람들의 혀를 차는 소리와 볼멘 소리를 들어가며 살아왔고 이에 내 스스로 이것저것 찾아본 결과 나는 이 병을 확신한다.
증상으로써는 시도때도 배가 아프다. 배가 아플 땐 화장실 직행이 답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하루에 몇 번씩이나 아프지는 않다. 한번이면 되고 운이 좋으면 안 아픈 날도 있다. 하지만 다행 중 불행으로 배가 아플 때는 화장실이 주변에 없거나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을 상황에서 배가 아프다. 요즘은 90% 확률로 꽉막힌 도로에서 출근 중 걸린다 (달리던 차를 그냥 도로에 버리고 뛰어가고 싶은 적이 있는가? 난 많이 그랬다).
대체적으로 20세 전후로 이 병이 발병된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는 중학교 때부터 발병이 되었다. 중학교때야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가 걸어서 10분 정도였으므로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고, 큰 고통을 겪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때 부터였다. 통학거리가 한 시간 가까운 거리였고 지하철과 마을버스를 병행하는 구간이었다. 아침에 나올 때는 분명히 아무 조짐이 없었고, 꼭 출발 후 대중교통에 탑승한 이후에 미친 듯이 배가 아프기 시작한다. 그나마 지하철은 역마다 화장실이 있기에 다음 역까지만 버티면 괜찮았다. 물론 아침이라 화장실이 붐벼 지각의 소지는 있지만서도 말이다. 반대로 버스는 정말.. 에혀.. 그래서 아직도 버스타는 것은 살짝 무섭다.
'대체 왜 화장실을 갈 수 있는 환경에서는 안 가고 어디 이동만 하려고 할 때마다 화장실을 간다고 하느냐..' 이 문제를 가지고 문제제기 하시는 분은 늘 있다. 온갖 내 주변의 사람들은 물론이고, 제일 가깝게 지내는 아내에게 역시 이 타박을 피할 수 없었다. 짧게 답해주고 싶다. 나도 모르겠다고. 하나 알겠는 것은 긴장하면 그렇다는 것과 지금부터는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들면 그 불안감에 배가 아픈 것으로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제일 편한 공간은 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는 공간이다.그리고 내 안에서 긴장을 불러 일으킬만한 정말 심리적으로 불안한 공간은 화장실이 없는 공간인 것이다. 긴장하면 배가 아픈 것 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데 주변에 화장실이 없다는 것을 느끼는 상황이 긴장할 상황이라니 정말 뭐 이렇게 거지같은 경우도 다 있는지 환장할 지경이다.
그런 기억 탓에 지금도 직장이 바뀌어 새로 출근해야할 경우나 멀리 이동해야할 경우가 생기면 화장실 위치부터 미리 찾아본다. 분명히 목적지를 향해 하고 있다가 목적지는 둘째치고(목적지와 반대로 가도 상관없다) 화장실이 목적지로 바뀌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탔는데 또 이럴 때는 정말 그 자리에서 죽어버리고 싶다. 20세기와 21세기의 획기적인 차이가 무엇인지 아는가? 그 때를 전후로 공공 화장실에 휴지의 비치가 많이 늘었다는 것이다. 현재는 화장지 없는 공공 화장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이젠 주머니에 휴지가 있는지 확인하지 않고 화장실로 들어가도 되는 것이 너무 좋다.
지금도 살면서 힘들었던 최악의 기억 몇 개는 대부분 화장실에 가기 전 기억이다. 그 고통을 누군가는 이렇게 표현한다.
'바닐라맛 소프트콘 아이스크림을 대장 전체에 살살 문질러 바르는 듯한 느낌'
이건 어떤 느낌일까? 아이스크림을 대장에 발라봤어야 알지. 이건 대장항문과 전문의도 모를 느낌이지 않을까? 뭐 어쨌든 엄청난 고통을 얘기하는 거라면 난 저 말에 동의할 수 있다.
요즘은 차를 타고 출근시 정말 대장의 상태가 상쾌하다는 생각이 틀면 비로소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운전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음악을 틀지 않는다. 음악을 좋아하는지라 또한 음악을 만드는 것도 좋아하는지라 좋은 노래를 만나면 나도 저렇게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긴장 상태에 놓인다. 그래서 최대한 조용히 운전하면서 온다. 아주 평온하게 말이다. 그래도 피할 수 없다. 바로 어제가 그랬다. 평균적으로 한 달에 두어번 정도는 그렇게 차를 버리고 싶어진다.
그래서 운전할 때 허리띠를 풀고 바지는 허리에 걸치는 것을 선호한다. 그냥 평소대로 운전석에 앉고 허리띠를 풀고 바지를 열어 지퍼까지 다 내려놓는 식이다. 그렇게 배에 압력이 덜 가야 조금 긴장이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 있는 공간이고 선팅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밖에서 보일일은 없기에 하는 짓이다. 그러나 가끔 차에서 내릴 때 아무 생각없이 그대로 내리는 경우가 있긴 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다. 깜빡해서 그런 것이다. 운전 중엔 밖에서 안보이긴 하겠지만 혹시 이런 자세로 운전하는 남자를 만나거든 나일 것이므로 변태는 아니니 아는척 해도 좋다. 당신과 나의 비밀 싸인은 '스팀잇'이다. 스팀잇이라는 단어로 나에게 찔러보시라. 반가운 생각에 깜박하고 그대로 차에서 나와 일어나서 나올 수 있으니 집에가서 눈은 씻으시길 바란다.
어떤 이들은 먹는 음식과 연관이 있다고도 한다. 예를 들면 매운 음식이 있겠다. 하지만 내 경우는 아닌 것이, 매운 음식은 최근에 알게되었고 그 전까지는 입에 대지도 못했다. 또한 고등학교 때 학교가는 마을버스에서 그렇게 몇 번을 당한 끝에 내린 결론은 아침식사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도 난 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 나아진 것이 있다면 긴장 발병률이 3분의 2정도로 줄었다는 것이다. 담배가 영향이라는 말도 있다. 사실 이젠 지겹기도 한게 뭐든지 원인이 불분명하면 담배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난 금연한지 1년 되어간다). 처음 이 별의 발병시 비흡연자였고 담배를 안 피우는 요즘도 정도의 차이는 없다.
앞으로는 제발 좀 도로에 차를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상황이 안 생겼으면 좋겠다. 다시 태어나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