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데 경찰이 찾아왔다. 어제 살해당한 어떤 여자의 사진을 내밀며 만난 적이 있는지 물었다. 만난 적이 없다고 했고 경찰들은 죄송하다며 자리를 떴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살인범은 아직 잡지 못한 것 같았다. 이때부터 어느순간 조금씩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마치 중간중간 비어있는 퍼즐조각처럼 내 기억도 중간중간 끊긴 상태였지만 사건 당일 나는 그 여자를 만났다는 것은 기억이 났다. 그리고 이내 내가 죽였다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도무지 생각하려 해도 내가 범행을 했던 그 순간이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쨌거나 이 살인사건은 완전범죄라는 확신이 들었고, 나에게 당장 거짓말 탐지기를 들이민다고 해도 나는 그 기계를 속일만큼의 죄책감도, 그 행위에 대한 기억도 없다는 것이 기뻐 웃음이 나왔다.
나는 이제 꿈에서 깼다. 아직 이른 시간이기 때문에 다시 자야 하는데 아직 꿈에서 덜 깬 듯, 자꾸 내가 그 알지도 못하는 여자를 왜 죽였는지, 어떠한 방법으로 죽였는지 기억을 되뇌이려고 했다. 단지 꿈이었으니 그 기억이 날 리가 없다. 어쨌든 난 꿈과 현실 사이에서 상당한 시간동안 제대로 된 분별을 하지 못했다. 바로 어젯밤에 꿈을 꾼 이야기다.
평소 꿈을 잘 꾸지는 않는다. 물론 밤에 자는 동안 몇 개의 꿈을 꾸겠지만 내가 기억하는 꿈은 별로 없다는 얘기다. 꿈이라는 간접 경험을 통해 즐거움을 느꼈던 이른반 좋은 꿈의 기억도 분명히 있었으나 이제는 그런 좋은 꿈 조차도 반갑지 않다. 꿈은 이상이고 현실이 현실이니까.. 이상과 현실의 거리차를 극명하게 나눠주는 그런 꿈들이 반가울리 없다.
나는 꿈에 대한 안 좋은 기억 두 개가 있다.
하나는 학교에 들어가기 전 7살 때, 지금 생각하면 당시는 악몽 장애라고 생각할 정도로 같은 꿈을 며칠에 걸쳐 반복해서 꾼 적이 있다. 아주 추상적인 느낌의 꿈으로 시계의 내부처럼 톱니바퀴가 잔뜩 나열된 곳에서 그 기어들이 어지럽게 돌아가는 꿈이었다. 그 꿈을 꾸고 나면 다음날부터 몸살을 앓았고 몸살이 걸려서 힘들게 잠이 들었을 때 또 그 꿈을 꾸게 되었다. 그러니 그 꿈이 반가울 리가 없었고, 다음에 또 그 꿈을 꾸게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지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결국 그 이후에 또 꾸게 되었지만 말이다. 결국은 내 기억에는 아플 때 꾸는 꿈으로 남아있다.
두 번째는 군대 입대 전 같은 꿈을 계속 꾸었던 경우다. 입대를 한달 남겨놓은 시점에서 꿈은 시작되었고 입대 하자마자 거짓말 처럼 다시는 그 꿈을 꾸지 않았다. 처해진 상황은 매번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꽤나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배경이 많았고, 드라마 '수사반장'이었던 다소 약한 배경도 있었다. 내용은 항상 같은 내용으로써 난 항상 누군가에게 쫓긴다. 잡히면 큰일나고, 그 날 배경에 따라 심하면 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빨리 뛰어서 도망가야 하지만 다리에는 쇳덩이를 감아놓은 듯 무거워 뛰기가 힘들거나, 진흙탕에 빠져 움직이기가 아주 힘든 경우가 생긴다. 결국 날 잡으러 따라오는 그 일행들에게 붙잡히는 것으로 꿈이 끝난다. 뛰고 싶은데 뛰지 못하는 답답함에 꿈에서 깨도 그 답답함과 화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 아마도 입대 전 흔히들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감이 만들어 낸 악몽이었으리라..
사람은 잊고 싶은 기억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나 또한도 그렇다. 지금은 대체적으로 잊고 싶은 사람에 대한 내용이 꿈으로 나온다. 잘 잊고 있었고, 만난 일도, 연락할 일도, 그리고 연락할 방법도 없는 사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건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건 생각하고 싶지는 않은데, 가끔 불쑥 꿈에서 나와 하루종일 혼을 쏙 빼놓은 경우가 간혹 있다. 이젠 좀 삼가해 주었으면 한다 나의 두뇌여.
나이가 들어갈 수록 꿈을 꾸는 것은 반갑지 않다. 그냥 꿈을 꾸지 않고 푹 자는 것이 더 행복한 일이라 느낄 때가 많다.
여러분들에게 좋은 꿈 꾸시라고는 말씀 못 드립니다. 좋은 꿈을 꾸고 나서 깼을 때에 그 공허함과 실망을 생각해보니 그렇습니다. 부디 숙면을 취하시길 바랍니다. 아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