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래툰에는 극단적인 두 캐릭터가 나온다.
앞에서는 어찌보면 성인군자같지만 뒤에서는 참혹한 현실을 극복하지 못해 약물에 의존할만큼 피폐한 개인사를 갖춘 윌렘 데포
완전 모범 군인이고 정말 멀쩡한 제정신이지만 인간 백정을 연상케 할 만큼 살육에 특화되고 폭력적이고 인간성을 상실한 냉혈한 톰 베린저
단순히 현실을 나타내기보다는 무척 인위적으로 느껴지지만 놀라운 반전은 올리버 스톤 감독이 실제로 베트남전 참전용사였고 개인적 경험을 많이 반영했다는 점이다.
결국 톰 베린저는 윌렘 데포를 스리슬쩍 쏴버린다.
어쩌면 둘은 단순히 선과 악을 대조하는 인물이 아니다. 윌렘 데포가 아무리 선인같은 PC충이라도 실제 자기 개인 생활은 약쟁이에 불과하며 어차피 군인이 사람을 쏴죽이는 일 말고 무슨 정의를 실현 한다고 생각해야 맞겠는가.
반대로 톰 베린저가 살육을 즐기는 듯 보이지만 실은 집요할 만큼 자신의 일과 부하들의 안전에 충실할 뿐이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고발한 윌렘 데포를 저격하는 완전 선을 넘어가는 행동을 하면서부터는 어떤 실드도 불가능해지지만 말이다.
여기에 주인공 찰리 쉰은 전형적 학생운동권 강남좌파들이다. 부잣집 아들에 4년제 대학생에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만 전쟁에 끌려가는 것을 부당하다고 생각해 정의감에 이끌려 군대에 자원하지만 여기에 헐리우드 슈퍼히어로 따위는 없었다. -마지막 전투신에서는 사실상 람보를 방불케 싸우는 놀라운 반전이 이는건 안비밀.-
이 영화에는 알려진 바와 달리 엔딩이 두가지 있다.
찰리 쉰은 톰 베린저가 윌렘 데포를 죽였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반항하다 오히려 죽을 뻔 한다.
마지막 베트공의 설날 대공습에 맞서 신들리게 싸우던 찰리 쉰은 야습을 틈타 톰 베린저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구출하려 달려간다.
이를 못알아보고 이성을 잃은 톰 베린저는 자신을 구하러 온 찰리 쉰을 죽이려 들지만....
찰리 쉰은 마지막에 전투불능이 된 톰 베린저를 살해하는 엔딩, 그리고 그냥 두고 가버리는 엔딩 두가지가 있다.
영화의 마지막 나레이션에서 찰리 쉰은 의외의 발언을 하는데 이 두사람 모두를 자기 영혼의 아버지와 같다고 표현한다. 둘중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를 증오하는지는 어쩌면 명쾌할지도 모르지만 실은 어느 한쪽도 버리지 못하는 걸지도 모른다.
우리는 간단히 윌렘 데포는 선이고 톰 베린저를 악이라는 식으로 손쉽게 설정하고 (혹은 당하고) 인생을 스타트 하지만 결국 인생의 중반 정도에서는 이 설정을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된다.
무엇이 옳은지, 혹은 옳고 그름 자체가 허망한 것은 아닌지...
저 하늘의 별은 옳은 별과 그른 별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그 자리에 떠 있을 뿐이다. - 반즈 중사 (톰 베린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