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의해 이 기사가 소환됐다.
http://news.mk.co.kr/newsRead.php?sc=30000001&year=2016&no=748304&sID=303
2년이 채 안된 기사인데 십만년 전의 기사를 보는 것 같다. 손정의씨에 관한 기사이다. 내용은,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곧 넘어설 것이고, 이를 준비하기 위해 사우디 국부펀드와 함께 1000억달러(114조원)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회사 ARM을 35조 4000억에 인수한 직후에 나온 발표다. 2년이 지난 지금 보면 (황당한) 7가지 비젼이다.
스팀잇을 경험한 후, 이 기사를 읽고나니 헛웃음이 나온다. 사물인터넷도 있고, 인공지능도 있고, 대규모 클라우드 스토리지도 있는데 블록체인만 빠져있다. 2년 전이니까 그렇다 치자. 다만, (1-3에 나타난) 빈곤한 상상력에 근거해 오일머니 1000억달라를 조성하겠다는 건데, 지금도 같은 생각인지 궁금하다. 손정의의 투자의 꿈이 이루어 진다고 한들 저 어마무시한 돈의 혜택은 과연 몇명에게 돌아갈까?
스티미언의 입장에서 7번 ("모든 것은 디지털화해 클라우드에 저장")을 생각하니, 헐~~~이다. 손정의가 말하는 클라우드란 결국 중앙집권화된 초국적 클라우드일 것이다. 이 기사를 읽고 나니 공룡 IT회사들과 음반회사들의 소송으로 사라져버린 P2P 파일 공유시스템 Napster가 생각난다.
초국적 클라우드 시스템의 진화에는 거대자본과 연결된 폭력의 역사가 스며있다. 조그만 P2P파일 공유 에플리케이션이었던 Napster를 죽이기 위해 애플같은 거대 IT회사들과 음반회사들의 무지막지한 소송이 있었다는 점만 지적하자. 총기도 아니고 핵폭탄도 아닌 조그만 P2P 테크놀러지 자체를 불법이라고 판결하는 것이 가당키나 하냔 말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개인과 개인을 직접 연결할 수 있는 P2P기반 시스템을 두려워 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수익모델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가장 큰 적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페이스북, 너도 떨고 있니?)
Napster가 살아남아 진화했다면 지금 우린 어떤 형태의 인터넷을 경험하고 있을까? 도둑놈 네크워크, 사기꾼 네크워크, 범죄 네트워크 등등, 별별 네트워크들이 생겼겠지만, 적절한 법적 장치들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냅스터의 진화를 허락했다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이나믹하고 자유로운 네트워크들이 생겨났을지도 모른다.
사회생태계의 관점에서 봤을 때 공룡 IT기업들이 독점하고 있는 중앙집권화된 클라우드 테크놀로지들이 지향하는 가치는 이미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요즘 뜨는 공유경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블록체인 기반의 에플리케이션들에 비해 그다지 혁신적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세상의 모든 돈을 긁어 모으기 위해 클라우드의 사이즈를 늘리고, 거기에 더 많은 사용자들을 가둔 후, 소수의 몇명이 그 혜택을 독점하는 것, 그것이 바로 중앙집권적 클라우드 시스템의 생존에 필요한 가치 아닌가? EU가 구글에게 2.7billion 달러에 달하는 반독점 과징금을 괜히 부과했겠는가?
중앙집권적 클라우드는 거대 자본과 투자자들의 부를 유지및 증가시켜 주는 낡은 시스템이지만, 탈중심적 블록체인은 커뮤니티의 힘을 실험하고 설계하는 새로운 시스템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스팀잇은 노력하는 다수를 고래로 만줄어 줄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중인 시스템이다. 오랫동안 이질적인 두 시스템이 공존하겠지만, 이 두 시스템은 전혀 다른 가치체계에 기반해 생존할 수 밖에 없음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공룡 IT기업들에 맞서 블록체인과 스팀잇이 생존할 수 있을까? 생존한다면 그 진화는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까? 1000억달러의 국부펀드로 클라우드가 만들어진다면 그 혜택은 과연 몇명에게 돌아갈까? 이 궁금증은 테크놀러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가치의 문제고, 우리가 디자인하고 살아가야 할 미래에 관한 문제다. 살아 남은 것이 이기는 것이고, 살아남은 자들의 가치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 스팀파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