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에는 크게 두 가지 범주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용을 하기 위한 수집과 감상을 위한 수집. 으레 수집이라 하면 후자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사용을 위한 수집이라고 하면, 사용을 하는 만큼 수집의 양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 우표를 수집했으나 편지를 부치기 위해 그 우표를 사용하게 되면, 수집은 더이상 수집이 아니게 된다. 수집은 대체로 사용을 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어떤 수집은 그렇지 않다. 나는 무형의 지식에 대한 수집에 있어서는 좀 더 자유롭다고 본다. 특히 디지털 매체가 발달하고 저장과 호출이 쉬워진 요즘에는, 사용을 한다고 하여 닳거나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지식이 책으로서 혹은 디스크와 같은 저장 매체에 담기게 된다면, 결국 (매체의 소모를 야기한다는 의미에서는) 소모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이건 옮겨 담으면 그 뿐이다.
그러다보니 수집욕은 정말로 증식을 한다. 두고 보고 싶은 글귀나 생각의 조각 뿐만 아니라 생각 전반을 담고 있는 틀이나 책 자체를 수집하게된다. 당장 사용하지 않더라도 언젠가 잠재적인 사용의 시점이 오리리라 기대하며 모은다. 수집의 경계는 끝이 없을 것이라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도를 늦추기는 참 어려운 것 같다. 많은 것들이 빛나 보이는 시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