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글을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글을 적는 시간을 쪼개서 하나라도 더 뭔가를 하는 게 낫다는 얄팍한 생각을 하기도 했고 글을 적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기도 했다.
자. 이 글은 여기 올리는 - 짤방이 없는 첫번째 글이기도 하다. 나는 이 공간에 그림을 항상 뭔가 그림을 올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그림이 비록 글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어떤 것도 지시하지 않더라도, 혹은 그림이 글에 대한 선입견을 형성할까 걱정하면서도 축소된 이미지는 글과 함께 글쓴이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면, 얇게 개어내는 삶의 장면들이 글로 인해 잠식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던 것 같다.
실험은 나 자신에도 적용되는 중이었던 것이다. 글을 씀으로서 (정확히 이야기하면 글'만' 씀으로써)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전업이 가능할까, 혹은 가능하지 않을까와 같은 가능성은 아무래도 지금까지는 실패로 끝난 것 같다. 아니, 애초에 나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을 씀으로써 많은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 직업-전업의 세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면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냉정한 세계라는 것을 간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취향은 언제나 중요한 이야기지만, 생산의 취향과 소비의 취향이 잘 맞아떨어지지 못하면 꽤 괴로워지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원래 글쓰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적으려 했던 것은 아니다. 지금 전개되는 삶의 순간이 꽤나 예측불가능하고 다채롭기에, 그만큼 불안정함 속에서 균형을 찾으려 하기에, 밥벌이가 걸리지 않은 글쓰기란 삶의 가용자원이 남게되지 않는 순간에 결국 삶의 우선순위에서는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무수히 스러지고 일어서고 다시 스러지는 관계의 이면에서, 링크가 약한 활동이란 그만큼 힘이 약한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최소한 스팀잇 내에서는) 글쓰기 이외의 다양한 활동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기도 하고 말이다. 하긴, 사실 이건 모든 출판/책/글쓰기-직업 전선에서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이 글은 일종의 생존 신고이다. 굳이 궁금할까 싶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