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한국에선 개봉도 안하고 사라진 영화가 하나 있습니다. 주제도 한국에선 먹히기 힘든 이야기고, 주연 배우들도 한국에선 영향력이 많이 줄어든 알 파치노와 멜러니 그리피스 등이었기 때문이었다고 봅니다. 뭐 사실 이름이 알려진 이 두 배우도 잠깐 나오는 조역입니다. 주연은 에반 피터스라고 할 수 있지만 실제 주연은 소말리아 난민들이었던 The Pirates of Somalia(소말리아의 해적들)입니다.
2008년 대학을 졸업하고 넵킨 마케팅 조사로 생계를 잇던 제이 바하두르라는 캐나다 청년이 어느날 허리를 다쳐서 병원에 갔다가 유명한 작가(세이무어 톨든, 알 파치노 분)를 만나게 됩니다. 세이무어는 작가에게 필요한 것은 문장력이 아니라 사람들이 싸우는 현장성이라고 이야기해주죠. 작가의 꿈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조사원으로 생계를 잇던 제이는 이 이야기를 듣고 가장 험한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 소말리아 해적 취재를 위해 소말리아를 찾습니다.
세이무어의 인맥으로 소말리아 대통령도 만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우연히 지역에서 힘 좀 쓰는 해적의 아내를 통해 해적을 인터뷰하게 됩니다. 꽤나 장기간 취재를 거쳐 책을 쓰지요. 하지만 취재 경비가 다 떨어져 부모님에게서 돈을 송금받아서 캐나다로 돌아오게 됩니다. 돌아왔더니 전화기엔 250개의 문자 메시지와, 캐나다 방송국은 물론 헤어진 여자친구에게서도 음성메시지가 와 있었죠. 그리고 공항을 빠져나가기도 전에 캐나다 정보국 요원에게 소말리아의 자세한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부탁 받습니다.
CIA와 캐나다 정보국인 CSIS 앞에서 소말리아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납니다. 주인공은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를 이야기하면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어리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니 제대로된 지원을 하고 세계경제에 결합시키면 해적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 올라갈때 몇 년부터 난민이었다고 하는, 영화에 참여한 소말리아 난민들의 길고 긴 명단이었습니다.
사실 소말리아라고 하면 밀덕들은 블랙호크 다운 하나로 이 나라를 기억할 것이고, 한국 사람들이라고 한다면 아덴만의 여명 작전 정도만 기억합니다. 때려잡아야 할 대상 정도로 정리되는 축입니다.
반면 인도주의적인 관점을 유지하시려고 하는 분들은 다른 형태로 이 나라를 기억합니다. 소말리아 정정이 어지러운 동안 한국을 비롯해 원양어업 좀 하는 나라들의 대형 원양어선단이 연근해 어족자원을 싹쓸했습니다. 그리고 유럽계 회사들이 유독성 폐기물을 소말리아 근처에 버립니다. 그래서 먹고 살 방법이 없어진 소말리아 어민들이 소총 한 자루 들고 해적질에 나서기 시작했던 것을 강조하지요. 이 영화의 원작이라고 할 수 있는 논픽션에서도 이런 관점을 견지합니다.
문제는 2012년 정도부터 해적질에 나섰던 이들은 단순 어민들이 아니었다는거에요. 이들은 영국 런던에서 지나가는 선박에 대한 정보를 얻어, 연안도 아니고 아주 먼 바다로 나서섰던 기업형 해적들이었습니다. 아덴만의 여명 작전에서 우리 해군이 소탕하고, 체포했던 해적들도 그랬고, 톰 행크스 주연의 ‘Captain Phillips’의 해적들도 그런 기업형 해적들이었습니다.
사실 소말리아는 소말리랜드와 소말리아로 분리되어 있고, 대부분의 어민들은 소말리랜드로 넘어간지 오래입니다. 소말리랜드는 서방 국가들의 소말리아 해적 소탕 작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만, 지역 정치의 문제 때문에 정식 국가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있죠.
거기다 컨텐츠 전달자들은 제한된 시간과 자원으로 제한된 이야기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일이라고 하면 그래도 국제뉴스에서 많이 들을 수라도 있지만, 아프리카의 뿔 이야긴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죠. 스팀잇은 어쩌면 이런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겐 좋은 테스트 현장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반응을 바로 볼 수 있거든요. ㅎㅎ 그게 계속 글들을 올리는 이유기도 해요.
어떻게 전달을 할 것이냐가 이 어려움의 핵심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