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계신 곳 곁에 할아버지를 모시고 집에 돌아온 날, 무거운 몸을 침대 위에 던져놓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우연히 이 노래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는 듣고 또 들으면서 아마 한 시간도 넘게 울었던 것 같다.
죽음 이후에는 늘 해왔던 방식대로 그들을 볼 수도, 들을 수도, 느낄 수도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 뿐이다. 조금 다르지만 내가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는 방식으로 말을 걸어올 테니 슬프지 않다.
나는 이 노래가 이런저런 죄책감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나를 달래주기 위해 할아버지가 골라주신 노래라고 믿고 있다.
이후 며칠 동안을 온종일 이 노래만 듣다가, 사운드클라우드의 The Land Below 계정으로 '너의 노래가 큰 위로가 되었다. 고맙다' 어쩌고저쩌고 하며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의 멋진 음악에 대한 팬심도 있었고.
그런데 세상에! 그가 답장을 보내온 것이다.
Hi Jihye! First, I'd like to offer my condolences at your grandfathers passing. It's incredibly hard to lose someone, no matter their age. I was very touched by what you wrote, and I will carry this with me. It's a big thing for me to hear that someone across the globe listens and that my songs can have a meaning for someone else but me.
Thank you so much for writing!
/Erik
흔적을 남기고 싶다. 아주 작은 흔적이라도.
집에 와서 침대에 벌러덩 누워 한 시간 넘게 계속 들었다. 이 노래를. 아주 오래간만에. 할아버지 생각이 나서 듣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더워서 나의 무의식이 겨울 기억의 노래를 불러낸 걸까. 옛날에 썼던 글도 다시 찾아 읽어봤다. 위의 글이 그것이다. 3년 전 겨울이었는데 에릭은 아직 나를 기억할까 모르겠다.
내친김에 여름 기억의 노래랑 가을 기억의 노래도 들었다. 듣고, 듣고, 또 들었다. 봄 기억의 노래는 없다. 나는 봄을 싫어한다.
원래 오늘 밤새 마인드헌터 보려고 했는데, 인트로가 좀 소름 끼치길래 꺼버렸다.
그러다 보니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