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엔 생일이었다.
생일이'었'다, 라고 쓰니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로 특별한 시간이었다. 그날의 기억은 앞으로도 두고두고 곱씹으며 소중하게 간직하려고 한다.
아름다운 기억과는 별개로.
우리 가족 전원이 내 생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식탁 위에 미역국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살짝 충격을 받았는데, 가족들이 더 당황하길래 짐짓 태연한 척을 하느라 진짜 혼났다. '생일 따위 뭐 별거라고' 하며 분위기를 전환해보려 했지만 내 말투와 표정이 이상해지고 있는 것은 내가 먼저 느낄 수 있었다. 엄마가 열 번도 넘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나는 살면서 엄마에게 미안한 일을 백 번 천 번도 더 했는데, 고작 생일 미역국 한번 잊었다고 이렇게나 미안해하다니. 엄마는 울 듯한 얼굴로 미역국 내일 끓여줄게, 라고 했다. 그러나 다음날에도 미역국을 먹을 수는 없었다... 저기요... 엄마...?
택슨님()의 팬이다. 오도바이 여행기 1화를 읽고 그의 팬이 되었다. 이야기꾼의 재능이란 이런 건가. 읽다가 터진 웃음의 강도와 빈도로 치자면 풍류판관님 러시아 여행기와 투탑을 이루는 듯... 지금 생각해보니 특히 좋았던 건 그가 술 마시면서 밥 먹는(밥 먹으면서 술 마시는 것은 분명 아닌 듯) 장면들이다. 음식 사진은 물론 맛에 대한 화려한 묘사조차 한 줄 없는데 '지금 당장 나도 그거 먹고 싶다' 라고 매번 생각했다. 테이스팀 포스팅의 새 지평을 여세요, 택슨님. 아무튼, 그런 그가 스팀잇에 새로운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가 웹툰계의 홍상수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 아니다. 무엇이 되었든 그 이상일 것이다.
우리 셋은 각자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기로 했는데 신기하게도 일말의 망설임 없이 각자 다른 것을 골랐다.
내가 고른 것은, 이것.
짠. 한번 손에 쥐면 하염없이 쓰고 싶어진다. 몸체를 살살 돌려 퍼즐처럼 줄무늬를 맞춰보기도 하고, 나무 냄새가 나는지 코 밑에 두고 한참 킁킁거리기도 한다. 로즈우드를 고른 친구는 펜을 손에 쥐자마자 놓지를 않고 스케치북을 몇 페이지나 채우다가 잉크 아끼라는 우리들의 잔소리를 몇 차례 듣고서야 멈췄다.
쓰고, 쓰고, 쓰고 또 쓸게. 고마워, 젠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