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shiho입니다. 오늘은 드디어 님의 이벤트 기사를 써서 보내드렸어요. 학술스러운 기사 처음 써 보네요. 오늘 국회에서 열일이 있었지만 포스팅도 하나 하기로 했습니다. 빡세네요. ㅋㅋㅋ
직장인의 사춘기 시절을 대부분 편집부에서 보냈기 때문에 '잘 들이받는 놈'이라는 인식이 회사 내에 더 빨리 퍼졌던 것 같다. 편집부는 내근이라 내 행동을 많은 동료들이 보고 금방 소문을 내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왜 그랬을까' 싶은 순간들도 많다. 하지만 지금 소개하는 사건은 정말 백번천번 잘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열심히 들이받은 결과, 커리어 두 번째 '이달의 편집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2013년, 당시 나는 이달의 편집상을 한 번 받은 뒤 모 메이저일간지 편집부장의 오퍼를 정중히 거절, 이런 사실을 들이대며 취재부서로 보내달라고 했고, 국장의 약조를 받은 뒤 인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국장은 약속을 바로 지키지 않았고 다음에 꼭 지켜주겠다며 미뤘고, 나는 술을 마시는 날이 잦았다.
하루는 전날 마신 술이 안 깬 상태로 출근을 했고, 데스크는 '취화선'의 끼를 발휘해보라며 '포토다큐 줌인'이라는 기획면을 맡겼다. 포토다큐 면은 기사를 쓸 일이 없는 사진부 기자들이 일주일에 한명씩 기획 사진을 찍어서 짧은 글과 함께 싣는 면이었다.
이날 포토다큐는 사진 퀄리티는 별로였지만 내용은 좋았다. 당시 사진부 차장급 선배는 장애인에게 직업교육을 해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설 몇 군데를 찾아가 사진을 찍어 왔다. 참 사진이 별로라고 생각하며 찬찬히 사진을 고르다가 젊은 친구가 거의 비슷한 구도로 각자 다른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진 3장을 발견하고 거기에 꽃혔다. 장애우들은 각각 제도작업대, 선반, 제빵틀을 내려다보며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었고 이걸 세로로 길게 트리밍해서 세장을 나란히 세우고 그 밑에 짧고 강렬한 제목을 달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 엄청나다고 생각되는 제목이 가슴에 꽝 박혔다.
나는 취화선이 된 듯 일필휘지로 지면 가안을 만들었다. 조판 프로그램을 배운 터라 혼자 판을 엮어서 A3용지 사이즈로 뽑아, 부장급 데스크에게 보여주고 기다렸다.
그런데 사진을 찍은 선배가 오더니 "이 사진들은 메인 감이 아니다"라고 했다. 나는 "메인 감인지 아닌지는 편집자가 정합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선배는 "내가 메인으로 삼으려고 갔던 장소에 다시 가서 찍은 게 있다"고 했다. 뭐냐고 물었더니 제빵교육을 하는 곳에서 여러명이 "화이팅"을 하면서 찍은 사진이다. 나는 보도사진 중에 '증명사진'을 제일 싫어했다. 무슨 일을 했다는 것을 인증하듯 현장에 줄지어 서서 화이팅하는 사진이다. 지금도 제일 싫다. 개인적으로 보도사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완강히 버티니 선배는 그걸 데스크에게 들고 갔다. 데스크가 불러서 갔더니 선배의 말을 들어 주란다. 못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단 제목에 줄을 찍찍 긋고 자신이 제목을 새로 달아 놨다. 그렇게 다시 달으란다. 근데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제목은 너무 길었고 '꿈이 있기에 장애는 중요하지 않다'느니 하는 뻔한 소리였다.
이럴 땐 무작정 모든 걸 고집할 순 없다. 나는 사진을 포기하고 제목을 살리기로 했다. 그따위 제목을 나는 죽을 때까지 달지 않을 것이었다. 무조건 들이받지 않고 증명사진을 쓰는 대신 메인 제목은 내 의견대로 가자고 했다. 한참을 실갱이한 끝에 부제목까지 조금 희생하고 메인 제목을 지켜냈다.
그래서 만든 지면이 이렇게 나왔다. 편집 센스 있는 간사 선배는 이 지면을 편집기자협회에 출품했고 이달의 편집상에 선정됐다. 수상이 확정되자 간사 선배는 데스크에게 소식을 제일 먼저 알렸다. 데스크는 멋쩍은 듯 먼산을 보며 축하한다고 했다. 나는 두번째 편집상을 받았다. 상금은 역시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