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클라우드
- 이 밴드에서 기타 치고 곡 쓰는 용린님에게 1년 동안 기타 레슨을 받기도 했습니다. 한 때 매우 좋아했던 밴드였고 단공에 가기도 했었는데, 이 날은 별로 감흥이 오질 않더군요. <늦은 혼잣말>이나 최근 앨범에서 <엄마의 편지>같은 다소 가라앉는(?) 감성을 좋아하는데, 이런 성향의 곡들이 하나도 플레이되지 않았습니다. 1시 반에 시작된 메인 스테이지 첫 공연이었던지라 밝고 신나는 노래 위주로 들려줄 수밖에 없었겠죠. 이 밴드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어두운 면이 더 좋고 이네들만의 색깔이 더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아쉬움이 남는 공연이었습니다.
라이프 앤 타임
- 이 밴드는 홍대에서 못해도 두 번 이상은 봤는데, 볼 때마다 어쩜 저렇게 그루브하고 싸이키델릭할까 연주력 끝내준다 찬탄하게 만듭니다. 기타 치는 진실과 베이스 치는 박선빈이 밴드 이전에 친한 친구 관계인 것 같은데 악기 간 궁합이 정말 잘 맞고 완벽한 연주력을 보여줍니다. 악기를 정말 자기 몸의 일부처럼 가지고 논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관객도 이네들 플레이에 혼연일체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여름 더위의 최고 절정인 2시-3시 공연에서 슬램존을 만들어내며 더위를 잊게 만드는 마력을 보여줬습니다. 후바스탱크 공연 보다가 우연히 진실님을 만나 사진도 같이 찍었습니다. 홍대 셀럽과의 사진이라니 펜타포트 기념품 한 번 제대로 챙겼네요. 진실님 감사합니다. 곧 정규 2집이 발매된다고 하니 많이들 관심 가져주세요.
쉬는 타임에 일행들과 맥주도 한 잔하고 펜타 최고의 히트템 김치말이냉국수도 시식해 봅니다. 이런 개인시간을 얼마만에 가져보는지. 와이프에게 미안하면서 감사했습니다.
새소년
- 제일 기대하던 밴드였고, 기대한 정도의 공연을 보여줬습니다. 음악적으로는 크게 새롭다거나 한 부분이 없지만 국내에서 이 정도로 기타를 맛깔나게 치는 여성 기타리스트가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기타를 잘 칩니다. 허스키하다기보다, 밴드 이름처럼 '소년' 같고 뭔가 무심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음색 또한 인상적입니다. 오래된 국내 인디밴드 중에 허클베리핀을 거쳐 3호선 버터플라이로 활동하고 있는 남상아가 떠오르지만 포스트-남상아라고 부르기에는 패션이나 모든 면에서 개성이 강하네요. 앞으로 공연장에서 또 보고 싶은 밴드입니다.
Starsailor
- 2009년에 지산밸리락페스티벌에서 봤던 기억이 있는데, 그 때도 이렇게 뚱뚱했었나 싶을 정도로 살이 많이 쪄서 돌아왔더군요(쿨럭). 세월은 막을 수가 없나 봅니다. 하지만 노래 하나는 정말 끝내주게 잘하더군요. 첫 곡이 이네들 공전의 히트곡인 알코홀릭이었는데 시작부터 떼창의 도가니였습니다. 늙어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자연의 흐름이지만 이네들의 음악만큼은 전혀 늙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네요. 신보에 실린 곡들을 들려줬는데 완전 좋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별로인 것도 아니었습니다. 전 이렇게 약간 어중간한 상태로 롱런하는 밴드들을 존경합니다. 가늘고 길게 살고 싶은 제 바람이 투사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My Bloody Valentine
- 공연 전에 이어플러그를 나눠줬습니다. 마블발 공연을 이번에 세 번째 보는 것인데 공연 전에 늘 이렇게 이어플러그 나눠줬습니다. 같이 갔던 일행에게 노이즈 허세니 없어도 된다고 알려줬는데 나중에는 정말 귀가 나갈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살짝 엄습하더군요. 저희 일행이 무대 좌측 중간쯤에서 보고 있었는데 스피커가 가까운 편이고 사운드를 제대로 즐기려면 뒤쪽 중앙으로 이동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이동하였습니다. 사람이 적진 않았지만 빽빽한 정도는 아니라서 쉽게 이동할 수 있었고, 이동 후에 한결 사운드를 잘 감상할 수 있었네요. When You Sleep, Only Shallow, Soon처럼 즐겨듣던 곡들에서 확실히 몰입이 잘 됐고, 앨범보다 훨씬 록킹한 사운드가 부각돼 마블발의 앞선 두 공연과는 사뭇 다른 밴드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슈게이징 밴드라기보다 소리를 엄청나게 키운 소닉유스 같았네요. 이런 특성은 마지막 두 곡인 Feed Me With Your Kiss나 You Made Me Realise에서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재결성한 지 얼마 안 돼 악스홀에서 열렸던 첫 단독 공연 때만 해도 합주하는 고딩 밴드처럼 실수가 잦아서 욕을 많이 먹었는데, 이 날의 모습은 확연하게 달랐습니다. 마블발의 전성기는 아마도 지금이 아닐까 싶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