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23일. 염소 뿔도 녹인다는 혹한의 절기 대서(大暑), 병진(丙辰)일이다. 7월 중순 이후 공기의 온도가 인간의 체온을 넘어선지 오래라 섭씨 39도 라는 숫자는 의미가 없다. 바짝 달궈진 아스팔트 위로 스팀팩 맞은 히드라들이 격(格)을 잃고 헤매인다. 흔적없이 증발한 한 인간의 존엄성을 두고 다양한 감정이 분출된 하루였다. 안타까움, 슬픔, 분노, 비난, 의심...... 장국영 그랬고. 최진실이 그랬고. 노무현이 그랬고. 오늘 또 한 생명이 격을 접고, 스스로 운명을 마감했다.
명리의 핵심 화두, 인간답게 산다는건 타고난 '격'을 지켜내는 것이다.
인성(정인|편인), 비겁(건록|양인), 식상(식신|상관), 재성(정재|편재), 관성(정관|편관). 명리의 주요 격은 그 자체로 '길신(吉神)'과 '흉신(凶神)'으로 나뉜다. 그리고 그 격을 지키는 용신의 향배에 의해 '성격(成格)' '파격(破格)'으로 평가한다. 인간의 불안을 먹이로 삼는 술사들은 종종 이러한 개인의 격을 죽이고 살리는 컨트롤러가 되려한다. 그러나 그것에 의지하고 휘둘리지 않았으면 한다. 인간의 '격'이란 누구나 누려야 할 존엄성이고, 흔들리는 인생에 나침반 삼아야 할 삶의 방향성이니까.
온전한 나의 인생을 살기 위한 많은 조언들. 좋아하는 것을 찾아 십년을 매진하라고 말한다. 외부의 욕망과 나의 욕망을 분리하는 지혜를 가지라고 말한다. 용기를 갖고 벼랑 끝까지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일, 놀이, 사랑, 연대의 힘으로 그것을 유지하라 말한다. 그것이 인간이라는 종의 본성과 개인의 개성을 조화롭게 발휘하며 사는 삶이라고 말한다. 좋은 말들이다. 하지만 말로는 격을 지킬 수 없다.
인간의 '격'은 언제 어디서든 쉽게 드러나고 무너진다. 어떤 상황에서나 주어진 격을 지키고 살아남는 것,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게 주어진 숙제다. 오늘같은 날은 특히 살아남은 이들에게 남겨진 숙제가 무겁다. 힘을 빼려 노력해도 자꾸 힘이 들어가는 힘든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