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술집에서 중학교 동창 J를 만났다.
그와 나는 사실 그다지 친하지 않아 기억을 소환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어색한 악수를 주고 받으며 나는 그와의 기억을 끄집어 내려했지만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기억하는 건 이렇게 생긴 놈이 내 중학교 동창 J라는 사실 뿐.
그는 나를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나에 대한 기억이 좋은 것 같았다. 나는 그를 기억하지 못 하는데.. 그래서 좀 미안했다.
나랑 술을 마신 일행이 화장실 간 사이 J가 내 앞에 앉았다.
" 같이 온 사람들은 누구야? ”
내가 물었다.
" 응, 보건소 사람들 "
" 너, 공무원 됐냐? 아님 의사? "
" 크크 그건 아니고 기간제로 몇 달 일했어. 담배 피냐? 한 대 피러 나갈래? "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뭐에 홀린 듯이 나갔다. 나는 담배를 필 줄 모른다.
날씨가 차고 매서웠다. 누가 하늘에 청남색 페인트를 쏟아놓았다. 밤이 깊어 눈이 시릴 정도로 하늘이 검었다.
중학생이었던 우리가 이제는 늙어버려 쓸쓸한 담배를 태운다. 그가 한 대 피어물고 나에게도 권했다. 빠알간 담뱃불이 속상했다.
나는 담배를 빨아 연기만 뿜었다. 그래 나는 용이었지. 불을 뿜지 못하고 연기만 뿜어되는 이무기같은 용. 아니, 나는 자기가 용인줄 아는 이무기. 아니 사실 나는 도롱뇽.
" 있잖아. 내가 보건소에서 있었던 일인데.. 나 사실 귀신봤다. "
이게 무슨 개 풀뜯어먹는 소리야. 그렇게 J가 썰을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