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때쯤 이었던것 같다.
우리집에도 컴퓨터가 생겼다.
지금의 컴퓨터랑은 너무나도 다른, 그런 컴퓨터였다.
내 기억속 그때의 컴퓨터에는 기본 게임이 몇가지 깔려있었던것 같다.
그 중 하나가 고인돌 이었고 나는 형과 매일 고인돌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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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컴퓨터가 조금 더 발전했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고, 컴퓨터에는 스타크래프트가 다운받아졌다.
컴퓨터에 있는 기본 프로그램, 게임 중에는 타자연습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었다.
당시 우리 어머니는 형과 나에게 타자연습을 많이 시키셨다.
가장먼저 키보드를 어떤 손가락으로 입력하는지 부터 시작하여, 단어 연습, 짧은 문장 연습, 긴 문장연습 까지 타자연습을 참 많이 했다.
한번은 어머니가 긴글 연습을 해서 어머니 보다 더 높은 점수가 나오면 선물을 주신다고 하셨다.
아무리 연습을 해도 어머니를 이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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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때,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교내 타자대회에 출전한 적이 있었다.
당시 300타 정도로 반에서는 가장 빠른 속도 였지만 같은 학년 1등인 친구는 무려 450타를 쳤다.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 였고 어떻게 저렇게 빠르지? 라는생각을 했던것 같다.
그 이후 타자 연습을 따로 하지는 않았지만 각종 컴퓨터 게임을 하며 나의 타자는 점점 빨라졌다.
아마 이때쯤, 어머니의 속도를 넘어서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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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갔을때였다.
매일 컴퓨터로 행정 업무를 해야했는데 타이핑 능력과 컴퓨터 활용 능력에 따라 일이 빨리 끝나고 느리게 끝나고가 달라졌다.
2년간 매일 그렇게 하다보니 타자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긴글 연습 기준으로는 700타, 짧은글 연습으로는 1000타를 넘게 기록하기도 했다.
타자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
적어도 내가 본사람 중에서는 내가 제일 빠르다. 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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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유학시절 매일 밤마다 일기를 썼는데 손으로 쓰는게 아니라 키보드 타이핑을 해서 적었다.
한국말을 몰랐던 룸메이트들은 나의 손을 보고 그냥 두드리기만 하고 있는거 아니냐고 항상 의심을 했다.
그럴때면, 간단한 문장을 써서 영어로 말하고 그 문장을 번역기로 돌려서 내가 엉터리로 쓰고 있는게 아니라는것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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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타자이야기를 하게 된 이유는 지금 부터 하게 될 이야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네이버 쪽지를 확인하는데 흥미로운 쪽지가 하나 왔다.
타이핑 알바 모집, 영어책 1권 문제만 , 8만원드립니다. (이틀 만에 해주셔야함)
그냥 광고 쪽지 였다면 걸렀겠지만 예전에 공부했던 학원에서 온 쪽지라서 신뢰가 갔다.
"8만원? 괜찮은데? 영어면 뭐 어때 난 남들보다 더 빠르니까 빨리 끝낼 수 있을거야 !!"
그렇게 연락을 하고 책을 받고 타이핑을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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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순조로웠다.
8만원이니까 10시간 안에만 끝나면 시급 8천원이니까 최저시급 이상의 알바를 했다고 생각하며 기분좋게 마무리 하려고 했다.
손톱도 정리하고 열심히 타이핑을 해서 1장을 끝냈는데....
총 30장을 해야하는데 1장하는데 20분이 걸린 나를 발견한다.
계산상으로만 해봐도 10시간이었다.
그래도 뭐 10시간 안에는 끝나겠지~~ 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타이핑을 치고 있었다.
치고 치고 또쳤다. 어제 오후부터 했는데 어제 새벽 4시까지 쳤다.
음악 틀어놓고 타이핑 치는데 시간이 왜이렇게 잘가는지 모를 정도로 잘갔다.
공부할때는 새벽 넘어가면 잠이라도 오던데 이건 잠도 오지 않았다.
20분에 1장을 할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기계가 아니었다.
쉬는 시간도 필요 했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느려져 가는 나를 발견했다.
내가 손가락을 움직이는지 손가락이 나를 움직이는지 그냥 보고 치고 보고 치고를 계속 반복 하였다 ㅠㅠㅠㅠ
이거 한다고 어제 스팀잇 포스팅도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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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에 자고 1시간 자고 5시에 일어나서 어머니 부산역에 모셔다 드리고 집와서 잠들었다 눈뜨니 10시 였다.
씻고 밥먹고 다시 타이핑을 시작했다
오늘 7시 까지 마감해서 제출 해야했기 때문에 시간이 없었다.
어제 6시간 정도 했는데 겨우 반을 넘게 했기 때문이다
아침겸 점심으로 많이 먹고 계속 타이핑만 쳤다.
치고 또 치고
손목시계의 스탑와치가 10시간이 넘어가는 순간 최저임금은 이미 물건너 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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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출까지 3시간 정도 남았을 때였다.
뭐 어느정도 끝이 보였다.
그래서 이 속도로만 하면 무리 없이 마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때 쯤이었는데.......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있었다.
영어시험은 뒷부분으로 갈수록 지문의 길이가 길어진다 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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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중지문이니 3중지문이니 나오는데 정말 던져버리고 싶었다.
이러다가 마감시간 못지킬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빨리 치려고 할수록 오타는 왜이렇게 많이 나는지...
7시까지 가서 제출해야했는데
6시에 지하철을 타고 지하철에 앉아서 까지 계속해서 노트북을 두드렸다.
오늘 지하철에서 나를 본 사람들은 저 학생은 참 공부를 열심히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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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직전에서야 겨우 마감 할 수 있었다.
스탑워치는 14시간을 넘어가고 있었다.
다행히 일을 맡기신 분의 마음에는 든 것 같았고, 8만원이라는 돈을 받을 수 있었다.
돈은 받았는데....
뭔가 손해 본 기분이었다
어제 하루와 오늘 하루가 몽땅 날아간 기분이라고 할까
영어 타이핑 알바, 다시는 안할것 같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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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나의 타이핑 인증.
여러분.
타이핑 알바 만만한게 볼게 아닙니다 ㅋㅋㅋㅋ
긴 글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스팀잇의 타나마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