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에 대하여
첫 자취생활을 시작하고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전에 느껴보지 못한 무한한 자유다. 이전에 기숙사에서 살았을 때는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것에 별 불편함을 못 느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단지 불편함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 뿐 실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제 와 1인 1실이 이렇게 편한거였구나 새삼 느낀다.
가장 좋은 것만큼 가장 안 좋은 것은 혼자 밥을 해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밖에서 혼자 먹는 것과 집안에서 혼자 먹는 것은 같지 않았다. 집안에서 혼자 먹는 것이 한 100배는 더 외로운 거 같다. 차라리 밖에서 혼자 먹을 때처럼 누가 날 보고 있지 않을까라는 의식이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그것도 아니고 뭔가 허전하다.
그리고 이상하게 아무리 맛있는 것을 입에 물려도 도대체가 맛있는 줄 모르겠다. 참 희한하다.
음식은 역시 같이 먹어야 제맛인가 보다.
6
방바닥에 덩그러니 앉아
밥숟갈을 목구멍으로 밀어 넣노라면
그 뒤로 외로움이 따라 들어온다.
우주를 갖다 놓은 듯
방 안은 고요하고 광활하며,
밥알 씹는 소리와
우우웅거리는 냉장고 소리만이 전부다.
옆집 여자의 또각거리는 발소리가
아니었다면 난 죽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 힘주어 외로움을 밀어 삼킬 때면
깜빡이는 백색 형광등 밑으로, 그동안
잊었던 식구(食口)들이 떠오른다.
매끈한 나무 밥상으로 흐릿한 옛얼굴들이
어둠에 반쯤 잠긴 채 웃으며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끝내
고동빛 한 얼굴만이 방 천장을 올려다 본다.
어느새 마지막 밥숟갈이 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