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고통사이에는 반드시 덜 아픈 시간이 있다.
나는 그 시간에 무엇을 할 지 상상하며 고통을 견뎌낸다.
-[오늘 내가 사는게 재미있는 이유] 김혜남.
안녕하세요. 맹독성리트리버입니다.
기록을 보니 12월 17일에 마지막 글을 썼었네요. 근 한달 이상 글을 쓰지 않다가 이제야 인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저는 1월 9일과 10일에 걸쳐서 시행되는 의사 국가고시 필기시험을 준비하느라 스팀잇에 글을 쓰지 못했어요.
그리고 바로 돌아오지 못했던 이유는 시험을 생각보다 훨~씬 못봐서 시험 이후 멘탈 관리를 하느라였습니다.
네. 시험을 잘 못쳤습니다. 뭐 핑계없는 무덤 없다지만, 시험이 역대급으로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고, 저도 시험에 실패했습니다.
시험을 못쳤다는 생각이 든 후로는 정말 많이 실망했었어요. 사람들도 만나기 싫고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해온 것들이 다 물거품이 된 것 같이 느껴졌거든요.
시험을 치고 나면 준비했던 여러 포스팅, 특히 의과대학 공부에 관한 글들도 무작정 미뤄두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지금은 인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선택중 하나인, 지원 병원을 선택해야 하는 시기이기에 여러 생각이 뒤섞여 글을 올릴 마음의 여유가 쉽게 생기지 않더라구요.
그렇게 무기력했던 저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던 책이 있어서 소개드리려고 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제가 전공하고 싶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30년간 환자들을 만나신 김혜남 선생님이십니다.
그녀는 마흔 세 살에 파킨슨병을 진단받았습니다.
파킨슨병은 평균적으로 65세 이후에 발병하는 신경퇴행성 질환입니다. 그리고 15년에서 17년이 지나면 우울증과 치매, 편집증 등의 증상을 거쳐 결국 심각한 장애나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이러한 증상 뿐 아니라 극심한 고통, 내가 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 '밧줄로 몸이 꽁꽁 묶여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병이라고 합니다.
더구나 진행을 늦추는 것만 가능하지, 완치를 위한 치료법은 개발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파킨슨 병이라는 질병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의사, 그것도 정신과 의사가 파킨슨 병을 진단받았을 때에 충격이 어느정도일까 생각해 보면 정말 쉽게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그녀도 진단받았을 당시의 심정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나는 내가 불치병환자가 되어 의사로부터 몇 년 안남았다는 소리를 듣는다면 남들과 다른 반응을 보일 줄 알았다.
그래도 의사니까 이성적으로 판단해 현실을 빨리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울고불고 원망한다 하더라도 병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그러나 나는 남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내가 왜 그런 병에 걸려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무섭고 끔찍했으며, 세상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그러는 사이 우울은 더 깊어져 갔고, 차라리 이대로 죽어 버리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한달만에 일어나기로 합니다.
다시 일어나서 병원에 나가 환자들을 진료하고, 강의를 하고,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을 보살피는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덕분인지 그녀에게 기적이 일어납니다. 치료 효과가 보통 3년에 불과한 도파민 작용제로 그녀는 12년을 버팁니다. 그 다음단계인 레보도파를 사용하기까지 12년이나 걸린거지요. 그녀는 그 12년동안 책을 다섯 권이나 썼고, 다행히 치매 현상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사실 "난 이런 불행 속에서도 행복해. 그러니까 나보다 훨씬 나은 상황에 있는 넌 행복해야하지 않겠어?" 라는 느낌이 드는 책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좋아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불편하다는 말이 더 맞을 것 같긴 하지만, 여전히 그러한 책들을 읽으면 그렇구나! 라는 깨닳음과 행복이 몰려오기보단 나의 불행을 돌아보게 될 뿐이거든요.
그렇지만 왜인지 이 책 만큼은 마음을 울리고, 진정한 위로를 받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책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 사족을 덧붙이면 앞 1/3은 눈물을 흘릴만큼 감동적이고 마음에 와닿고, 뒷부분은 약간 지루하게 느껴졌습니다.
책의 뒷부분은 일상적인 인간으로서 누구나 마주하는 고민들(남편, 시부모님과의 갈등 등)과 그 고민들에 대해 자식들에게 전하는 편지형식으로 되어있습니다.
이미 앞부분에서 충분한 위로를 받아서 그랬는지 몰라도 뒷부분은 앞부분만큼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투병하면서 잃게된 것들과 하루하루의 사소한 감정변화들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적어주셨다면 저에게는 더 좋게 읽혔을 것 같습니다.
꼭 시험이 아니더라도, 우리를 좌절하게 하는 일들은 참 많은 것 같아요. 내가 지금까지 해온 노력들, 쌓아온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것 처럼 느껴지고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것 같이 느껴질 때를 경험하곤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어쨋든 시험을 못친 것은 이미 일어난 일이고, 처음 겪는 일도 아니더라구요.
저는 외고 입시에도 실패했고, 대학 입시에도 실패해서 한번을 더 했던 사람이니까 이정도 실패야 웃어 넘기진 못해도 견딜만은 한거 아닐까 생각합니다. 점점 실패에도 무뎌지는것 같기도 하구요.
내가 찍은 코인이 내가 산 이후에는 내리지 않고 오르기만 하면 좋겠지만, 어디 그런 코인이 있나요?
어차피 실패하면서 가야 하는 것이 인생인데 이정도 작은 실패정도야 어쩔수 없겠죠?
지금 실패로 마음아파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마음을 다해 위로해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 만취하거나 글 안쓰고 누워 자버려도 괜찮습니다. 오늘은 스스로를 용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