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리언 주짓수는 느린 승급체계로 유명하다. 검은띠로 상징되는 고수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대략 10년의 시간이 걸리고, 그렇게 검은띠가 되기까지, 흰띠로 시작해 파란띠, 보라띠, 갈띠의 단계를 거쳐야만 한다.
나도 이제 브라질리언 주짓수를 시작한지 햇수상 10년이 넘었다. 대학 때 친해진 선배를 따라 운동을 시작한 것이 계기였으니, 참 오래도 되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아직 검은띠가 되지 못했다. 그 10년이라는 기간이 실로 정직하게 수련한 시간만을 셈하는 까닭이었다. 나는 대학 졸업반이던 시절 1년 반 동안 운동을 띄엄띄엄 나가야 했고, 이후 회사를 그만두면서도 1년 간 운동을 놓아야 했다. 이 시간들을 공제하고 나면, 현재 내가 가진 실력과 띠 색깔이 투자한 시간에 비례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나에게 운동을 하지 못하는 기간은 수련 기간 못지 않게 또 하나의 싸움이었다. 결국 나는 초심자를 뜻하는 흰띠로만 4년을 보내었는데, 그 기간 동안 나와 함께 운동을 시작했던 사람들이 파란띠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아야 했고, 또 실력도 그에 합당하게 나를 앞질러 감을 몸으로 느껴야 했다. 이길 수 있던 사람들을 더 이상 이길 수 없게 되어 갔다. 누군가 초심자는 초조해서 초심자라 했다. 나는 승급을 갈망하였고, 여건상 부족한 운동량에 초조함을 느꼈다. 너무나 멀어보이는 검은띠의 길도 초조함을 부채질했다. 자존심도 조금씩 긁혀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처음 운동을 가르쳐 주었던 대학 선배가 이러한 내 마음을 알았는지, 작은 위로의 말을 전했다.
“결국 너가 가장 오래 매고 있을 띠는 검은띠야. 고작 1~2년, 길어야 4~5년의 차이일 뿐, 너는 남은 평생을 검은띠로 살게 될거야.”
지금 생각하면 20대의 허세가 가득 담긴 오그라드는 말이었지만, 어쨌든 선배의 말은 나에게 큰 효과가 있었다. “그래, 그만두지만 않는다면, 언젠가 나는 검은띠를 매고 있겠지!”
이후로도 늦어지는 승급에 초조해질 때마다, 선배의 말은 내 마음을 다잡아 주었다. 어차피 그만둘 운동도 아닌데, 마음 쓸 필요가 없었다. 내가 집중해야할 것은 시간이 아닌 실력이었다. 그렇게 나는 파란띠 매고도 4년을 보냈고, 보라띠를 매고 또 2년을 보냈다. 그동안 나는 함께 운동하던 사람들이 슬럼프에 못이겨 운동을 그만두는 과정을 보았고, 또 자신의 게으름 탓에 늦어지는 승급을 인정하지 못해 떠나가는 사람들을 겪었다. 결국 띠의 색을 바꾸는 사람들은 느리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어제, 나는 갈띠를 새로 허리에 감았다. 앞으로 갈띠를 매고 몇 해를 보내야 할지 모르겠으나, 지금까지처럼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정진하다보면 끝내는 검은띠를 두를 수 있지 않을까.
P.S. 글쓰기도 그만두지만 않는다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이웃 여러분들 모두 남은 평생을 고래로 사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