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소녀 데뷔 콘서트 루나버스LOONAbirth를 다녀왔다.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들을 남겨 두고 싶다.
내가 이달의 소녀를 듣게 된 경위는 이러하다. 지난 겨울 교육봉사를 가서 대중음악을 소재로 사흘 간 수업을 했다. 끝나고 서울에 돌아와 가만히 생각하고 있으니 듣는 것만 들은 지 꽤 되었고 마침 그마저도 질려가던 차라 간만에 새 음악을 찾아볼까 싶었다. 대강 찾아 보기에 디씨에서 그나마 제 기능을 하는 음악 관련 갤러리는 포스트락 갤러리 뿐이었던 듯하다.
추천 목록 같은 게시물 몇 개를 뒤적였다. 이것도 괜찮고, 저것도 괜찮네. 그런데 해외 뮤지션과 국내 인디 밴드들 사이에 갑자기 아이돌 앨범이 있었다. 많이 순화한 표현으로 앨범 표지가 구려서 놀라고 음악이 좋아서 놀라는 앨범이란다. 솔직히 믿음이 가지 않았다. 얘네 누구야? 처음 들어보는데? 요즘은 곡도 돈 쓰는 만큼(나중에야 알았지만 이달소 기획의 총 예산은 99억이었다) 뽑히는 것 같던데.
포락갤에다 검색을 또 해보았다. 이달의 소녀. 평판이 아주 괜찮다. 흔히 디씨에서 무언가를 놀릴 때 과하게 찬양을 하곤 하는데... 그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클립스를 먼저 들어보라고, 그런 얘기가 눈에 들었던 것 같다. 아니면 맥스 앤 매치를 먼저 들었을 수도 있다. 아무튼 이클립스를 찾아보았다. 예명이 김립이야. 인디 아티스트 느낌이네. 뮤비를 틀었다. 개안이 되었다.
이게 음악이지 씨×!
이클립스를 이빠이 반복 돌리다가 맥스 앤 매치로 넘어가고, 솔로 곡을 쭉 달렸다. 그날 부로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나의 노동요는 유튜브 루나 컴필레이션 앨범이었다. 그게 이미 고원의 곡이 공개되고 마지막 멤버만 남아 있는 시점이었다.
같은 소속사(정확히는 모회사-자회사 관계) 선배 그룹인 레이디스 코드를 포함하여 많은 케이팝 음악을 찾아 들었다. 돌고 돌아 이달소였다. 결국에 달갤까지 시작해버렸다. 어느 샌가 마지막 멤버의 티저가 공개되기 시작했다. 이런 컨텐츠였구나. 이걸 열한 번이나 먼저 본 사람들은 왜 나 빼놓고 자기들만 봤대. 예명이 공개된다. 올리비아 혜. 정신이 아득해진다. 모르겠다, 곡은 좋겠지.
곡은 역시나 좋았다. 앨범은 안 사려고 했다. 아이돌에 이렇게 열중하는 스스로가 낯설어 부정하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다른 볼 일이 있어 교보문고를 돌아다니다가 핫트랙스에 이르렀고 앨범 표지의 손혜주 양과 눈이 마주친 순간 지갑을 꺼내들게 되었다. 인터넷 주문을 했으면 몇 천 원을 아끼는 것을 조금 멍청한 선택을 내렸지만 대단히 만족스러운 소비였다.
모르겠다. 부지불식 간에 사진도 엄청 긁어 모으고 팬 카페 가입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영업까지 하게 되어 버렸다.
모르겠다. 슬슬 마지막 프리데뷔 유닛의 티저가 공개되기 시작했다. yyxy. 아이고야.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라인 앤 업을 갈 예정이었다.